나 어디로 가야해요? 저 앞에 길이 두 갈래나 있어. 어디로 가야하지? 일단 한번 올라가봐? 아니지. 아니지. 저 위에 길이 있기나 한거야? 안보이잖아. 올라갔다가 우왕좌왕 하다가 다시 내려오면 사람들이 웃겠지? 아니 왜 물어볼 사람도 없는거야? 어떤 길이라도 지나가 보고나면 별 것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눈 앞에 나타난 길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굳이 앞으로 전진만 하는 길이 아니더라도, 고민만할 그 시간에 한번 가보기나 하고서 나중에 후회라도 하던가 말던가 하면 될 따름이다. 고민만 하기에는 우리네 인생은 너무도 짧고 순간순간의 소중함들은 너무도 영속적이지 못하기에 과거라는 이름의 현재와 미래라는 이름의 현재와 지금이란 이름의 현재에서 찰나의 소중함을 꿈꾸게 된다. 더보기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비 오는 날... 화창한 날씨 만큼이나 시원한 비가 좋다. 그 시원함에 대하여 그 상쾌함에 대하여 비 오는 날엔 가끔은 샌달을 신고서 편히 걷기도 하며, 비 오는 날엔 가끔은 우산을 들고도 살짝 비를 맞아도 본다. 하지만, 큰 비가 내릴때 그안에 날 담그진 않는다. 하지만, 큰 비를 집 안에서 편히 바라보는건 좋다. 마치, 불나비가 불이 좋아 그 주변에서 맴돌지만, 정작 그 안에 쉽게 뛰어들어 타 죽는 것이 쉽지는 않듯이 불나비처럼 그 안에 나를 담그는 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언제나 내 자신이 내 자신을 뛰어들어 담그어 완전히 젖어버리게 할 큰 비를 기다린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젖어들듯이 내 존재를 잊어 내 존재를 묻어 내 존재를 넘어 완전히 젖어버리어 하나가 되게 할 큰 비를 기다린다. 더보기 증명사진 내가 나 임을 증명해볼 길이 있을까? 내 육신이, 내 생각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런 것 또한 n+1차원에서 n 차원을 내려다보던 환상이었다면? 내가 아둥바둥 하던 것들이 서랍속의 또 다른 세계안의 모래라면?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이 모든 순간들은, 나라는 집합체로 보존되는 에너지이자, 나라는 형태로 수렴하던 엔트로피를 막아서던 NOW의 집합체들임에는 틀림없다. 순간, 순간, 바로 이 순간을 호흡하리라. 이것만은 내가 분명히 증명할 수 있는 명제이다. 더보기 오히려 감사하다.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한다고 하든, 군복이 냄새가 난다고 하든, 그런 배부른 불평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한, 나 자신 그리고 우리 국군과 예비역 모두가 자랑스럽다. 임진왜란때, 살생을 금하는 계율과 왜군의 손에 찟겨질 민초들의 목숨을 보호하고자 하는 그 갈등속에서 계율을 어겨 지옥에 떨어질지라도, 민초들의 목숨을 지키겠노라고 분연히 일어선 조선 승병들처럼 사명대사의 그 번뇌를 넘어선 인고의 희락에서 내가 군복을 입을 수 있음이 오히려 감사하다. 더보기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