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한국당 문대표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발표되자, 정권과 여당에서는 대졸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베끼기를 하였다. 베끼기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계획이 아닌 실제적인 실행으로 이어져서 공기업에 이어 대기업들까지 09년 신입사원부터 적용하겠다는 확정발표들이 이어졌다.
이번 사설을 통하여 현 정권의 특성에서 이러한 단기성 정책이 가져 올 크나큰 파장들에 대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1. 경제학적 측면에서 본 문제점
연봉동결이나 일시적 임금 삭감과 달리 초임 연봉 삭감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삭감된 시기에 입사자들과 그 이후 입사자들 전체에 대해서 재직기간 전체에 누적되는 연봉 인상률의 기준점을 낮춰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 등록금의 경우 그 인상이 무서운 것은 매년 7%가 오르더라도, 오른 금액을 기준으로 그 다음해 기준이 되고, 다시 오른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7%가 되는 이른바 복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초임삭감은 일시적 동결이나 삭감과 달리 기준점(대출에서의 원금)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계층이 탄생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시발점이 된다.
① 일본의 절반에 불과한 대졸초임
최근 한국경제는 한국언론들만큼이나 외국언론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오바마 정부가 갓 시작한 보호무역과 강달러 정책이 있기전부터 시작한다. 지난 가을부터 떨어지는 달러의 가치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올라가야할 각국의 화폐가치가 유독 한국에서는 강달러 가도를 달리면서 원화 가치가 폭락해갔던것에 그 우려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역주행에 대한 원인분석은 뒤로 미뤄놓고도, 한국의 원화가치가 떨어지는데 일본 대졸초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서 임금삭감은 한국경제 내부만의 문제로 쉬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단순히 임금삭감이 채용숫자와 기업의 부담이라는 국소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② 소비둔화라는 시대역행
1900년대 초반 미국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라는 생산체계를 잡아가면서 이어진 포드의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대량생산으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고, 이것은 공업국가 산업국가의 전형적인 모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러한 생산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소비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실제로 포드 자신도 근로자들이 만들어내는 차량을 그들이 모은 임금으로 구입이 가능할때 지속가능한 생산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1세기가 넘은 시대적 교훈을 잊고서 당장의 경제지표와 실업률이라는 숫자에만 급급한다면 향후 무시 못 할 크나큰 부메랑이 되어 소비를 붕괴시키고, 그와 동시에 생산이 붕괴될 것이다. 소비와 달리 생산의 붕괴는 기반을 파괴시킴으로써 지속적인 여파를 준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렇기에 소비둔화를 조장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대졸초임 삭감은 경제시스템 전체에게 중장기적 문제를 가져오는 것이다.
③ 가계부채 증대라는 시대역행
경기가 좋을때는 가계나 기업모두 대출을 통해서 지렛대를 이용한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로 기타 자산의 증대를 꾀할 수가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위기에서 모든 투자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재테크 0순위가 디레버리지를 통한 부채를 우선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대졸초임 삭감은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인 것이다.
특히 대학등록금의 살인적 증가로 인해 대출원금도 아닌 대출원금에 대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졸업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대학생이 2007년 집계기준으로 70명에 육박했었고 지금은 집계자료조차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출원금에 대한 상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채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대학시절 얻은 부채를 탕감해나갈 중요한 시기인 입사초기에 놓인 사회적 약자층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2. 철학/사회학적 측면에서 본 문제점
토머스 모어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자유시간을 늘리는 유토피아를 주장하였다. 소수의 지식인을 제외한 모든 시민으로 하여금 생산활동에 참여하도록 했던 것이다. 명작 가운데 하나인 유토피아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오늘날 우리 시대의 일자리 나누기에 투영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토머스 모어의 주장 가운데 자유시간을 늘리면서도, 모든 시민으로 하여금 생산활동에 참가하게 한다는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자유시간을 늘린 다는 것은 노동자를 그저 놀고먹는 돼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는 생산과정에서 편중된 노동과 차별을 가질 수 있는 시민들이 서로의 노고를 덜고 교류하는 가운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진정한 철학적 사유를 가진 시민들을 일구어 내기 위한 대 역사의 단초인 것이다. 이것은 토머스모어의 저서인 유토피아에서 그가 건설하려했던 세계의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소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오늘날 노동현장에 투영을 시켜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국 노동환경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어 노동의 편중과 계급의 분화로 인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의 안정성을 떠나서도 단기적으로는 여가 시간이 없어서 선진국처럼 가족과 충분히 더불어 사는 삶을 영위하지를 못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하루하루의 일상에 쫓기어 퇴직후나 갑작스런 실직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한국사회의 맹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11위 무역대국이라는 지표와 걸맞지 않게 노동의 안정성문제나 삶의 질 문제에서도 우리 삶의 실제 지표는 그동안 철저히 외면받아 왔던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의 공기업/대기업 대졸초임 임금삭감같은 가계의 부채증가나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위험한 단기성 경제정책보다는, 일감을 나누어 더 많은 것을 함께 하는 노동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유한킴벌리가 10 여년 전에 완성하여 제시하였던 Y-K Model 같은 예시를 찾을 수가 있다. 국소적인 사업장 내에서도 여러 교대조를 통하여 근무/교육/사내네트워크(동호회)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이윤극대화를 이루면서 단위당 노동생산력이 급증하게 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늘 지적받던 한국의 단위노동샌상성을 극대화 시킬 단초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진정한 일자리 나누기는 노동자 개인으로서도 소속회사는 물론 업계에서 가치가 있어지고, 아울러 가정과 단체들(사교모임, 종교 등)에서도 역량을 잇게 된다. 이것은 어설픈 영어발음과 토익점수를 가지고 외치는 세계화가 아니라, 진정한 글로벌 노동경쟁력을 갖춘 인재로서 거듭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3. 이러한 모든 것을 양보하고서라도 초임을 삭감하면 과연 일자리가 늘어는 나는 것인가?
대졸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것은 부차적인 나중의 문제이고, 당장 초임삭감으로 연결되는 것은 다름아닌 기업의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개선이다.
경기가 좋을때는 엄청난 연봉으로 CEO와 경력사원들을 모셔오느라 미국의 경우도 CEO와 일반노동자의 급여가 20세기 중반에 비해 비교도 못할 만큼 증가하였다. 반대로 경기가 나쁠때는 우선 감원부터 시키는 방책으로만 주주로부터 인정받는 것도 미국식 패턴이다. 이처럼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미국과 달리 해고를 시키기는 커녕 임금을 조금 낮춰서라도 신규채용을 한다는 한국의 대졸초임 삭감은 어찌보면 과감한 시도이자 공익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시간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아닌, 대졸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저러한 시도와 공익성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는 가장 큰 단기적인 요점은 바로 상관관계이다.
MB 정권 초기 50대 물가관리 항목을 지정해놓았더니 오히려 그 대상들이 평균물가 상승률보다 더 상승하여 정부가 난감해했던 적이 있다. 정부는 가격이라는 마지막에 나타나
는 결과 하나만을 잡으려고 했지만 원유값이 오르고, 외환정책 실패로 강달러가 지속되고, 시장불신이 커져서 연료비, 원자재비, 생산비 등 투입요소가 모두 증가한 것을 간과하였던 것이다. 즉 최종산물(OutPut)인 가격에만 집착하느라 정작 투입요소(Input)를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불과 한분기 사이에 일어났던 것이었다. 한분기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가 자신들의 남은 임기는 물론 그 다음까지도 영향을 끼칠 대졸초임 삭감을 충분한 검토없이 시행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4. 대안제시 - '신규채용과 고용유지'를 기업들만의 책임이 아닌 전 사회적 문제로 승화시키자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시국이 어려운데 대졸초임 삭감을 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 것인가? 그것은 정부가 취업률과 경제성장률 같은 단기적인 숫자 그 자체에만 집착하지 않고서 한발 물러나 사태를 관조적으로 바라보면서 사태를 실감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몸에 피가 잘 돌지 않으면 출혈에 의한 것이 아닌 이상, 무작정 몸에 수혈을 하거나, 심장에 고인 피를 주사기로 뽑아내어 이곳저곳에 주사하지는 않는다. 원동력인 심장의 박동을 점검하고, 심장에서부터 나온 피가 흘러가는 혈관들에 막힘이나 터짐은 없는지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에 벌어지고 있는 유동성 함정 현상에도 그대로 적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17세기 은행 설립 이후 최초의 실질적인 첫 제로금리에 접어드는 이변이 연출되고 있다. 우리 한국은 수출에 경제가 많이 영향을 받는 경제구조이므로, 이러한 전 세계적 돈맥경화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내수와 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되어 경제 전반이 붕괴될 우려를 안고 있다는 점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대졸 초임 삭감이 아닌 기업들이 버틸 수 있게 단기적/장기적인 여러 지원들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졸초임과 직관된다고도 할 수 있는 가계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4억 미만 대출의 만기연장은 큰 주목을 받을 만할 것이다. 고용자와 피고용인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정부차원의 우량 중소기업의 대출보증, 기업에 대한 신규채용자에 대한 고용지원금 확대 같은 단기정책을 지나서 인력이 과잉된 기업의 경우 유급휴직을 유도하여 유급으로 지급받을 급여의 1/2~2/3을 정부가 함께 하거나 무이자 대출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 이후에도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에게는 금융과 관련된 여러 지원을 하면서 정부차원의 연구로 사양산업이나 축소해야 할 사업부문들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여 기업들이 밑빠진 독에 물을 붓지 않도록 하는 인위적인 조정을 유도해 가야 할 것이다.
5. 결언
북한과의 관계도 껄끄럽고, 세계경기도 당장 회복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때에 기업이 도산하지만 않아도 다행인데 그깟 대졸초임만 삭감하면 일자리 자체가 늘 수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졸초임 삭감은 기업과 채용자만의 문제이거나, 우리사회의 실업률 지표에만 영향을 줄 인자가 아니라는데에 그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기업이 버틸 수 있게 도와주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 기업의 생산품을 소비하고자 할 건전한 소비욕구를 촉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도 없이 대졸초임만 삭감해놓고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위축이 장기적으로는 가계대출부실로 인한 기업부실로 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대졸초임은 삭감하였으나, 반짝 한 해에만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용이 더욱 위축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마늘이 몸에 좋아도 출혈이 수반되는 수술전 일상에서 복용을 하면, 수술 중 혈액응고가 되지 않아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당장 한곳에 맞춰지는 퍼즐이라고 아무데나 끼워맞추기를 하는 식의 조급한 정책들이 남발된다면 그 결과는 좋은 쪽으로 의도했던 성과의 반대방향으로 몇제곱배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우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09년 3월 9일 22:22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