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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사설] 북한 미사일, 그냥 내 버려두는 것이 상책.




1. 발사버튼을 꾹 눌러라.

일단 뻥 쏘아올리는 예전의 구식 고체연료가 아닌 상당한 제어가 가능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부터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우주산업에 필수적인 액체연료로 제어될 이번 발사는 북한에게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비료와 쌀만 있으면 북한을 쿡쿡 찔러가며 길들일 수 있다고 믿던 청와대에게, 북한 특유의 벼랑끝전술로 그 안일함과 착각을 일깨워줌으로써 협상과 대치에 있어서 이제 북한은 보다 우월적인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다.

새 김정일 지도체제는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같은 당장 눈앞의 쏠쏠한 달러벌이보다는,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내부의 결속과 응집력을 대외에 과시하는 것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자신들이 가진 가장 강한 점을 이용하여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벌써 표출을 하여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2. 발가벗겨진 한미일 삼국

사실 북한은 주변의 타 국가를 침공할만한 위협적인 수준은 되지 못한다. 하물며 한번의 미사일 발사가 이처럼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군사적 긴장을 지나 적대행위가 예상이 되고 도발로 연결되려고 하면 그 순간 한반도 상공에 여러 군사위성들이 그 전조를 예측하여 남한에 있는 정밀 타격미사일들 만으로도 선제공격을 통하여 사전에 북한을 차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994년부터도 미국이 평양을 침공하지 못하고 끙끙대어왔던 것은, 북한 본토와 주민들의 편제가 하나의 완벽한 요새이자 군사집단으로 되어있어서이다. 그 어떠한 워게임 시뮬레이션으로도 미국의 승리가 쉽사리 예측되지 않았던데에서 월남의 악몽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쳐들어올수도 없고, 북한으로 굳이 쳐들어갈 필요도 없는데 왜 미사일 한 발에 한미일 삼국이 호들갑을 떨어야 했을까?

우선 일본은 그동안 자위대의 비상식적인 방위예산을 통한 군사력 증대의 빌미로 대외적으로 북한이라는 존재를 이용해왔다. 해상자위대의 상륙훈련이 독도와 유사한 지형에서 인민군이 아닌 한국 국군 복장의 허수아비들을 공격하며 이루어지는 동영상이 예전 MBC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일본은 군비증강의 대외명분으로 북한이나 잠재적인 위험요인들을 표명하고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2차 대전의 자칭 '아쉬운 패배'를 그리워하는 일본의 정치고위집단들의 속내인 것이다. 이것은 실제적인 그들의 야심과 야만성을 반증하면서 그들의 몰지각성과 인류사적 패륜을 적나라하게 볼 수가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한 무장한 해상 자위대의 파병을 통한 첫 원정 군사작전 이후에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군사적 긴장을 올리며 자신들의 속내를 숨긴채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였으나, 아뿔싸! 일본은 북한에게 발가벗겨지게 되었다.

위성이면 격추시키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며 당황해하는 것이 그 발가벗겨진 수치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수준의 이지스함 몇대와 PAC3를 연결시키는 수준의 단편적인 일본의 MD체제로는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초음속으로 지상으로 내려 꽂히는 ICBM 급의 미사일을 명중시킬 자신도 성공확률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격추 운운은 그저 희망사항이자 호언장담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나마 어쩔수 없이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인류를 수십번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왜 아기지한 수준의 미사일 한 방에 난리법석일까? 세계평화를 위해서? 그렇다. 정답이다. 미국이 중심되어 제어하는 그들만의 '세계평화' 라는 제국의 통치방식에 걸림돌이 되어서이다.
완벽한 군사적 우위를 통한 사전제압으로 돌출행동을 하려는 불량국가들을 사전에 싹을 잘라내어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유지해야 할 조급함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외교채널이 분주히 움직이고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발언들도 있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뿔싸! 미국도 북한에게 발가벗겨지게 되었다.
북한을 일개 불량국가나 동네 골치덩이가 아닌, 세계 이슈의 중심으로 올려놓아버린 것이다. 자국영토나 영해를 넘어왔다면서 미국이 앞장서서 격추를 시킬 명분도 없고, 미국이 으시대던 그 외교채널들은 모두 무용지물이거나 불통인채 그저 북한의 존재가치만 키워놓은채 닭 좇던 개 지붕보듯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어떨까. 그동안 보수를 자칭하는 언론들과 청와대는 햇볕정책 10년에 핵실험에 미사일 개발만 되었다며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의 의지 자체가 없음을 분명히 천명하며 명백하게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퍼 줬더니, 저 지경이네. 그것 좀 봐'라고 할 상황이 아니라 너무 크게 벌려진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바다 건너 있는 일본과 달리 북한의 240mm 방사포 안에 수도권이 노출되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아무리 정권의 정치적 색채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고 할지라도 절대 군사적 긴장을 조성을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지가 못하다. 그렇다고 격추 운운하는 일본을 말리자니 자신들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미국의 외교력도 막히는 상황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발만 동동구르는 현실이 된 것이다.
북한이 돌출행동을 한다며 빨갱이들의 위협으로부터 신성한 조국을 지켜내자고 보수의 기치를 높이려는 이 호기에 아뿔싸! 생각보다 판이 너무 크게 벌어져서 청와대로서는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딱히 발사를 막아낼 수 있는 해결책도 없이 그저 앉아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는 회의 외에는 청와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국면에 처하게 되어 버렸다.

 

3. 북한, 그냥 냅둬라.

미사일이건 인공위성이건 그 한방을 뻥 쏜다고 해서 한미일 삼국의 군사력이나 안보가 크게 위협받지는 않는다.

이것은 호황이 수치적으로 나타나기전에 이미 증시에 모두 반영이 되어버리고, 불황이나 재무재표의 불건전성이 구체화되기 전에 해당 주식이 먼저 매도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한 군비를 비축하고 군사기술을 축적해왔다. '우리 옆 나라가 120mm 탱크를 샀으니 나도 이제 만들거나 사야지' 하는 식의 단계적인 군배경쟁식의 대응이 아니라 잠재적이고 예측가능한 위험에 미리 선제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그 자체는 한미일에게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을 북한의 군부나 최상위 지도부가 어떻게 바라보고 운용하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굳이 이런 시기에 남북 대화채널은 물론 모든 것을 차단하고 내쫓은채 가뜩이나 버블붕괴로 힘든 경제한파 속의 한미일을 흔들어대는 것일까?

그렇다. 북한이 흔들어댄 것이 아니라, 북한이 미사일 달랑 하나를 이용한 이벤트에 한미일 삼국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협상이나 대치에서 보다 높은 우월적 지위에 올라서게 끔 한미일 삼국이 윽박지르고 타이르며 이목을 집중시켜놓은 것이다.

그 자체가 북한이 원했던 것이고, 이제 북한은 그 목표점을 넘어 그들만의 방식의 교류와 협상을 진전시킬 준비를 할 입지와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인민군이 한미일을 향해 한 발자국이라도 넘어오는 순간, 아니 넘어오려는 징조가 보이는 순간 지도에서 지워질 각오를 해야하는 것이 북한이기에, 북한 역시 절대 넘을 수 없는 마지막 선이 있기에 우리는 그것을 이러한 시기에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9시 뉴스에서 일기예보가 나오기 전에 '북한이 우주를 향해 발사체를 쏘아 올렸습니다.' 같은 수준으로 사안에 대한 집중을 흘려 넘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 유수의 명차들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드럼통을 잘라만든 듯한 북한의 자동차 산업을 전혀 의식할 가치가 없는 것 처럼 말이다.

북한? 그냥 냅둬라.



2009년 4월 3일 23:45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