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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

'악! 336번 올빼미 도하 준비 완료!'
'자신있습니까?'
'악!'
'좋습니다. 336번 올빼미 도하 실시'
'도오오옷 하아앗~ 으으아아아아아아악!'

'유격! 자신! 유기이이억! 짜아아아시이인! ....."


올해도 유격 훈련을 다녀왔다. 그것도 8월에.
특공대라면 모를까, 그 외의 육군 부대에서 가장 혹독하고 잔인하고 그런 훈련이 바로 유격이라고들 한다.

유격장에선 전투복이 아닌 막 굴러도 괜찮은 그런 유격복을 입고, 계급장도 없다.
오직 굴리는 조교와 굴려지는 올빼미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번이 두번째라서 그런지 나름대로는 재미있었다.
유격이 재미있었다고 하면 군에 갔다온 사람들로부터 미친놈 소리를 들을진 몰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느껴본 사람들도 다 느낀다.

유격장에 끌려왔단 생각이 아닌 유격 코스들과 PT체조들로
몸의 유연성도 키우고 근육 단력도 하러 왔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재밌다.
재미있었다. 푸훗~


울 부대는 바닷가에 있는 유격장엘 갔었다.
저 멀리 해수욕장도 보이고 동해 일출도 보고 텐트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또 옆에 해군기지가 있는지 드라마 '태양속으로'에서나 보던 해군 고속정들의 위용도 가까이서 보니 참 좋았다.

유격훈련인지 유격캠프인지... 헤헤.
물론 내 몸이야 장난이 아니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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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장에선 오직 굴리는 조교와 굴려지는 올빼미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아니다.
도하 완료 나 등산완료의 복창과 함께 조교 몰래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도 있다.
우리네 삶이 그랬던 것처럼.



- 2003년 9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