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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재미

군 생활.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재미는 있다.

첫번째는 먹는 재미다. -_-+
군인들에게 있어 먹는건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일주일에 두번 아침식사로 나오는 햄버거에 나는 중독되어 있다.
1인분에 2개로 정해져 있는데 훈련소와 달리 자대에서는 보통 1개정도를 먹곤하는데 훈련병도 아닌 기간병인 내가 무려 4개를 먹은 적이 있다. 흠흠 =.=;

두번째 재미는 자신의 주특기이다.
자기가 맡은 일이 끔찍하게 느껴지는 수도 있지만 탱크 조종수인 나는 전차를 조종하고 정비하는 일이 너무나 기쁘다.

우리부대에선 6월 중순경부터 7월말인 지금까지도 테니스장을 만든다고 난리다. 우리 중대가 전원 투입 되어 대부분의 교육훈련도 받지 않은채 맨날 삽질을 하고 시멘트에 물과 모래를 부어 콘크리트를 치고 큰 돌을 나르는 등 공사를 했다.
그때 난 거의 우울증에 걸릴뻔 했다. 전차에 오를 일은 작업에 쓸 공구를 꺼내오는 정도였던 것이다.

최고 속도는 얼마 안 되지만 육군 최고의 중장비이자 육군 최고의 화력을 갖춘 움직이는 요새인 탱크와 함께라면 나는 행복하다.

세번째 재미는 종교 활동이다.
우리 집안의 종교는 불교이다. 입대전엔 누가 물으면 불교 또는 무교라고 대답하던 나였지만 이제는 난 독실한 불교신자가 되었다.
흔히들 힘들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니 그때 종교가 좋다고들 하는데 내 경우엔 힘들어서라기 보다 그 이전에 불교 철학이 참 마음에 들어서이다.

불교는 종교이전에 하나의 철학체계라는 평을 많이 받곤 한다.
"내게 오라. 전지전능한 나만 믿으면 너는 구원을 받으리라. 나를 믿지 않는 다른 이들은 너의 적이요. 네가 쉴곳은 오직 내 안에서만이다."
불교는 이런식으로 어린아이 타이르듯한 어설픈 논리가 아니다.
화엄경 이라는 불경에는 인드라망의 비유에서 나오는 불교의 핵심사상 가운데 하나인 '연기설'을 통해 우리 모두는 하나이고 존귀한 존재라는 인식이 있다. 자비라는 고결한 높은 의식 수준을 사상으로 가지고서 누구나 절대자가 될 수 있음을 외치며 무궁한 힘을 가진 인간의 의식 구조를 파헤친 2500년전의 동양사상 가운데 하나인 불교철학에 나는 찬사를 보낸다.

그래서 난 매주 일요일 법당(=절)에 가서 좋은 말씀을 많이 들으며 군대에 있는 내 삶에 에너지를 채우곤 한다.


자칫 2년2개월을 때우기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상인곳에서 난 내 나름대로의 의미 부여와 의미 찾기를 통해 나만의 재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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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 나오는 햄버거에 나는 '맛나버거'라는 나만의 명칭을 부여했다. ^^



- 2002년 7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