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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결산

서기 2001년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남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난 태어나서 가장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였다.
골치아픈 일로 머리가 가득차서 폭발할것도 같다가, 행복한 일들로 입이 찢어질것도 같다가, 답답한 일들로 속이 상하기도 했다.

한 해가 끝나는 마당에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다시말해, 가시적인 결과는 그저 그렇다.

등록금까지 버려가며 한학기를 휴학해서 돈 날리고 졸업 그만큼 늦게하게 되고, 건강은 뭐 그저 그렇고, 9월 7일 부터 2달 정도 미텨있어서 정신은 상당히 맛이 갔다가 점점 돌아오고 있는 상태며, 지식은 나름대로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원하는 책들을 읽어 지혜와 함께 좀 쌓아 놓은것 같다.

나도 인간인지라 사람들 사이에 사니 그들과 부대끼며 울고 웃었던 것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안타까운건, 고마운 사람들과 미안한 사람들 목록이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아직 멀쩡히(?) 살아는 있는것이 다 그들 덕택인데 그만큼 신세를 지고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부모님한테도 미안하고 친구들한테도 미안하고 영경이(누군지 모른다면 굳이 알려하지 말라) 한테도 미안하다. 그리고 모두 고맙다.

서기 2001년의 마지막날에 한 해를 결산해보니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나의 올해를 사자성어로 표현해보자면 '설상가상', '상전벽해', '오리무중', '완전뻗음(?)'과 이에 덧붙여 '그냥뿌듯'이다.

꼭 뭔가를 이뤄야만 연말에 행복하고 뿌듯한건지 몰라도 난 웬지 개긴, 즉 근근히 버틴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많은 과거들이 아쉬움 속에 가려져 있다.

'멀쩡히 잘 사는 놈이 완벽주의냐 왜 그렇게 자책하느냐?'할런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속세에 파묻혀 사는 한낱 중생인지라 세월가면 잊혀질 일들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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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을 새로운 도약에의 촉매제로 써야겠다. '새! 로! 운!'...


- 2001년 12월 3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