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문속의 창

독창

혼자서 노래방에 가본적이 있으신가요? ^^;


10월의 마지막 날. 혼자서 노래방에 다녀왔다.
금요일에 기숙사 페스티발을 하는데 노래자랑을 한댄다.
휴학생도 된단말에 나는 노래자랑에 나갈 것이다.


첫번째> 한번도 노래잘한다고 상 받거나 진심이 가득한 칭찬을 들은 적 없다.
내가 노래자랑에 나가는건 군대가기전에 경험인것도 있겠지만 내가 선택한 노래의 가사를 그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거기에 없을 확률이 크다.
그녀가 직접듣지 못하더라도 나는 나의 노래를 부를것이다.



두번째> 노래방에 혼자 가려니 좀 무리가 아닌가 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아는건 공대생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거의가 시험준비나 레포트를 하고 있었고 그 정도는 무시하고 내 부탁을 들어줄만한 애들하고는 한 일주일 전부터 하나 둘 불러내서 같이 놀았었기에 또 부르기가 뭣했다.

남에게 피해주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여기저기 전화하다가는 그냥 씩 웃고는 혼자 노래방에 갔다.

혼자가니 노래방 알바생이 좀 놀라는 듯 했다. 그리고 내가 들어간지 50분이 지나 자길 찾아와 30분 더 하게 해달라고 하니 아주 뒤집어 지더구만. --

재미있었다. 원래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남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긴 하지만 완전히 혼자이니 혼자서 춤춰가며 난리 굿판을 벌이며 열창을 했다.
사실 나 혼자 방에 있으면 곧잘 설레설레 흔들며 율동을 한다. ㅋㅋ

처음엔 목을 안풀고간데다가 그 노래방은 음료수를 팔지 않아 30분정돈 힘이 좀 들었으나 목이 트이고 아랫배 힘이 올라오니 한시간 그리고 30분이 지나가도 목이 아프지 않았다.


세번째> 난 혼자 있었으나 외롭지 않았다.
'나를 바꾸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에서 저자 주얼 D 테일러는 자기자신에게도 선물을 해보라고 한다.

난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를 아주 아끼려고 한다.(물론 이기주의랑은 다르다. 그건 욕망이 자신을 학대하는것이다.)

사랑하는 하 대 현 나 자신과 함께, 실제로는 노래소리로 시끄러웠지만 조용히 나의 내면 속에서 마음속의 나와 겉의 나 둘이모여 사이좋게 회포를 풀며 대현이에게 노래를 들려주었다.

난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지만 하대현이라는 무대가 마련된 시간이라는 극장에서 인생이라는 관중들앞에서 독창회를 열고 그들과 하나되어 기쁨에 젖었다.


네번째> 내가 노래자랑 나간다고 평소에 같이 노래방 자주가던 고마운 친구에게 그러니 좋긴한데 상처는 받지 말란 말을 해주었다.

솔직히 상 타러 나가는거 아니다. 그건 관심없다. 물론 주면 좋다. ^^;

잘 못해서 남들이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면 그걸로 된거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만족을 할 수 있을만큼, 다시 불러도 이 만큼 최선을 다하긴 힘들다는 생각만 들면 난 그날 1등한거 이상으로 행복할 것이다.

실패하는건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건 넘어졌을때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것이며 행함에 있어 전력투구를 하지 못하는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며 많이 웃고 울며 여러 일들도 겪으며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후회도 했다.

왜 그걸 했을까? 차라리 딴걸 할걸. 너무 벅찬 선택이었어.
이런 생각 한적 많았고 그랬었고 그러고 있다.
하지만 이건 행복한 후회다.


내가 잘할수 있는 문과를 가서 공대를 오지 않고 사학과나 철학과 경영학과 중 하나를 가서 학점 잘 받으며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높은 수능 점수로 훨씬 더 좋은 학교에 다닐수도 있었고

나 좋다는 여자들을 그녀바라보느라 거절 했었는데 그 여성들(예쁜여자도 있었다. 얼굴때문에 거절한거 절대아니다) 중 한명과 사귀었으면 사랑의 고통을 겪지 않고 뜨겁고 '편한'사랑을 할 수 있었을 것며.

시민단체들에 들지 않았다면 한달에 한 두번 정도 금쪽 같은 주말을 투자하지 않았을거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건 행복한 후회다.

만약 내가 정말 쉬운길만 찾아갔다면,
넘어질것이 두려워 복지부동하거나
예상되는 고통들을 완전히 외면했다면

나는 크지 못했을것이다.

난 위의 것들중에서 아무것도 건진게 없다.

학점? 더럽다. 묻지마라.
그래도 최선은 다 했다고 하늘앞에 다짐할 수 있다.
애인? 단순히 사귀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정말 소중하게 다가오던 사람이 있었으나...
동아리? 공부에 시민단체에 소중한 사람일에 좀 밀려 소홀했다. 물론 나한테 맞지도 않았다.
시민단체? 워낙 이래저래 실속없이 바쁘다보니 큰 행사만 도와주는 정도다.

나에겐 새로 얻은 것이 없으나 괜찮다. 원래 없던 것들이니 잃은 것도 없다.
인생이 그런게 아니겠는가? 공수래 공수거

하지만 그 과정만큼은 우주의 파동으로 남아
나의 영혼이 있었던 이 행성에 길이길이 남으리라.


............................................................................................................................
다음부턴 음료수 파는 노래방 가야지



- 2001년 11월 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