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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으로 바라본 세상

[일기] 인천공항 마비. 티웨이항공이 준 감동

[일기] 인천공항 마비. 티웨이항공이 준 감동

 

※작성자 각주 : 금일 포스팅은 기사가 아니라 일기입니다.

2017.12.24 하 대현 기자 ⓒPowerNgine

 

2017년 12월21일 아침출국~23일 아침입국.
갑자기 베트남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것도 1박3일.

지금 회사로 옮기고서 지난 15개월동안 거의 매달 1~3회 해외출장을 다녔는데, 이상하게 이번달만 모두 긴급출장이다.
2주전 중국 정저우 출장은 회사로 출근했다가 저녁비행기를 타러 오후에 회사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면서 여행사를 통해 예약/발권을 하기 시작했었으니, 그나마 출국 2일전에 결정된 금번출장은 차리리 다행이다.

20일 밤11시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들러 짐을 챙겨 새벽 05:30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역에서 다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07:30에 도착.
이제 나에게 해외출장은 부산출장과 마음에 느껴지는 중압감이 같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출장은 도착당일 날 오후에 거래업체와 협상타결.
다음날 공장을 보긴했지만 호텔방에 앉아 계속 랩탑으로 밀린 일들을 했다.

[사진설명 : 베트남 호치민 롯데리아. 식사해결을 위해 호텔 바로 옆 이쪽을 나가보는 것 외에는 계속 방에서 일을 했다. 나에게 해외출장이란 설레임이나 여가도 아닌, 이동하느라 나에게 필요한 물리적인 업무시간이 더 줄어드는 그런 순간들일 뿐이다]

 


그러다가보니 돌아가는 날 밤11시.
이제 체크아웃을 하고 호치민공항으로 새벽 티웨이항공을 타러갈 시간이다.
45분 지연출발 예정이라고 안내카톡이 낮에 미리오긴했는데.
이상하다. 비행기를 타러 가려니 감이 안좋다.
고속버스나 기차도 아니고, 비행기이니 일단 타러는 갔다.


내 감은 맞았다.
복도 자리를 달라고하니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는 좌석만 남았다고 한다.
잠깐 계산을 해보고는 그냥 그 자리를 달라고하니 발권 카운터 직원분이 놀라신다.

난 씩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빙고! 난 3개 좌석이 한 줄인 그곳을, 비록 뒤로 젖히지는 못해도 가로로 혼자 누워서 갈 수 있었다.
심지어 바로 뒷자리인 비상구 유료 좌석은 건장한 남자 세분이 꽉 끼어서 가고 계셨다.

이상하다.
그래도 찜찜하다.

어쨌든 누워서 자고, 다리를 옆으로 뻗어서도 자고, 화장실도 편히 다니다가보니 어느새 밖은 훤하다.

그래. 뭔가가 이상했다.
바깥이 계속 구름... 아니 안개다.
드디어 방송이 나온다.
지금은 안개로 인천공항에는 내릴수가 없어서 김포공항에 임시로 착륙하겠다는.

그래 내 감은 맞았다.
김포에서 인천공항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심지어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꽤 대기를 하고나서.

인천공항에 착륙할때는 정말 안개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45분 지연출발이었으니 09:10에 인천에 착륙해야 했던 여정인데 김포를 찍고오니 오후 12:53
어쨌든 도착이 아닌가.

그래도 찜찜했다.
방송이 나온다. 인천공항에 안개로 아침부터 이륙못한 비행기들이 밀려있어 우리 비행기가 도착 게이트로 가지를 못해 1시간 대기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1시간 후, 1시간을 더 대기한다고 방송이 나온다.

60이 넘어보이는 어르신들은 방송이 나올때마다 소리를 지르시다가 항공승무원들에게 항의하신다.

며칠전 DAUM 에서 글을 읽다보니, 통상 항공승무원과 기장 모두 지상에서 대기가 발생시는 수당도 안나온다는 것을 봤었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측은함이 들었다.

포괄임금제 만큼이나 이 엄청난 부당함을.
문제는 수당도 안나오는 지상 대기 시간에 여승무원 3명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승무원을 불러서 소리를 지르고 항의했다.

내가 당장 달려가서 "지금 활주로에 내리는 건 공항보안에 맞지않고 관제탑 지시를 어기는 행위이며, 승무원에 대한 위협은 법적조치를 받을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승객께서는 앉아 계시지만, 승무원들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쉬지않고 그것도 무급으로 챙겨드리고들 있습니다."라고 하고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밤을 꼬박새고 저가항공 이코노미를 타고와서 오후 3시가 넘도록 식사도 못하고 계시는데
분노하시면서 뱉으시는 어처구니 없던 그 요구들에 앞서서, 분노하는 그 상황자체는 부정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 승무원분들이다.
가장 선임으로 보이는 승무원분은 이미 울고있다.
차라리 주저앉아 펑펑 울거나, 어디 숨어라도 버리지...

계속 서 있고 빠르게 걸어 다니며 승객들을 챙기느라 가장 힘든 분이 울면서, 잠시도 쉬지않고 컵라면 판매나 상황설명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짠하다.
소리지르던 승객들에게 울먹이며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데 나는 알 수 있었다.

피하고 보기위한 마지못한 죄송합니다도
귀찮아서 내 뱉는 죄송합니다도
무서워서 울메이는 죄송합니다도
아니었다.
아니었다. 분명 아니었다.

마치 아이 엄마가,
아이가 너무 아파 더 해 줄 수 있는게 없게 될때 그때 "정말 미안하다 아가야"라고 흐느끼듯.
그런 "죄송합니다." 였다.
왜 대관절 엉뚱한 사람에게, 가장 고마워해야할, 가장 힘든 사람을 더 힘들게하는 몰상식한 작태란 말인가.

그런데 뭔가 미소가 지어진다.
통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순간 가장 난리치던 분들이 "그렇지 가장 고생들이지" 하면서 반성을 한다.

어라?
나는 갑자기 배가 안고프다.
그러고보니 올 한해 먹은 어떤 기내식보다 따뜻하고 귀한 에너지를 내가 섭취한 것이다.

       기내서비스. 메뉴. 좌석등급
       그런 것들 모두 중요하다.
       그래도 우리사는 세상.
       진심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사진설명 : 지난 2017-12-23 오후4시. 도착이 지연되고 있거나 출발지로 다시 회항하는 국제선이 수두룩하다.
난 무사히 인천에 도착해서 집으로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 나는 티웨이항공을 계속 탈 것이지만 TW122 승무원분들의 눈물과 노고를 절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이번 같은 활주로 혹은 탑승구 대기가 발생시에는,

 

1) 행정안전부 명의로 문자메시지를 공항전체 한국인들에게 일괄로 발송 하면서 "안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륙을 금지시켰고 그래서 출발/도착 항공기 지연이 발생 중"이라는 통보가 있어야 할 것이다.


2) 경찰청 및 공항경찰대 명의로 "이륙/착륙/하차 일체에 대한 지연은 항공 승무원들의 과실이 아니며, 항공 승무원들에게 대한 위협시 법적처벌을 받을수도 있다"는 통보를 보내야 할 것이다.

3) 이와 동시에 항공기 적체현황/해소현황을 숫자로 공항 공사 명의로 지속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어주고

4) 공항공사와 각 항공사는 4~6시간씩 비행기에 갇혀 이륙도 착륙 하차도 못한 승객들을 위한 식량공급과 지상서비스를 위한 대체 항공승무원 투입 등을 긴급으로 해야할 것이다.

5) 더불어 이런 경우에 대한 항공기내부 안내방송 절차와 멘트, 타 공항으로 완전한 착륙절차, 외국인 승객들에 대한 환승편 안내/지원 등의 매뉴얼도 필요하겠다.

 

만약 이번 사태가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앞둔 각 국가의 대표선수단들이 이동해오던 시점이었고,  공항에 이미 꽉찬 비행기들로 착륙대기도 할 수 없어 각 선수단들이 회항을 했다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선수단 없는 국제경기 개막식?

[사진설명 : 2017-12-23. 인천공항에서 용인으로 오는 공항버스가 좌석이 30% 밖에 나가지 않았다. 늘 사람들이 넘쳐서 다음, 다다음 시간대로 버스표가 있던 노선이다.
이 빈 자리 비율만큼 비행기가 연착/취소 되었을 듯 하다.]

 

TW122 를 내릴 때 출구쪽에는 그 선임 승무원분은 보이지 않고 다른 승무원분들이 서 계셨다.

나는 그 분들을 정면에서 가만히 마주서서 응시하다가 "고생하셨습니다"하고서
눈을 다시 마주치지 못하고 입국수속을 받으러 발걸음을  옮겼다.

 

 


2017년 12월 24일 20:00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