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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사설] 18대 대선을 통해 내다본 19대 대선 (1/3)

 

2012. 12. 25 하 대현 기자 ⓒ PowerNgine

 

 

지나간 대선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PowerNgine 에서는 31개월만에 다시 기사를 내보내기로 하였다.

 

2012.12.19 또 한번의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디지털의 0과 1의 존재처럼,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당선이냐, 낙선이냐의 On, Off 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순간의 개표결과일뿐, 미래는 그 과정들속에서 다시 소용돌이치며 태동이 되게마련이다. 당선과 낙선을 조합한 원인분석과 미래예측 초안을 아래와 같이 시작하여, 소용돌이의 방향과 규모를 추론하였다.

 

 

1. 문재인은 왜 실패 했는가 - '공감'

1-1. 과거에 살 것인가, 미래에 살 것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경제활동을 하였던 연령대의 유권자층에서는 이번 선거는 큰 의미를 가졌다. 대선공약에 앞서서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긍정할 것인가, 부정할 것인가'에 관한 삶의 철학의 문제였다. 군사정권과 독재당시에, 그에 항거하여 민주화를 이끌고자 했던 삶을 살지 않았었던 유권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았던 민주화항쟁의 과거가 산업발전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냈었기에 옳고 좋았다고 믿는 경향이 매우 높다.

 

사람은 진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속에 조합된 여러 생각들이 긴 시간을 거치며 변화되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이번 대선은 자기합리화를 통한 자기만족을 위한 '과거를 통해, 미래를 향하는 문제' 였다. 현 경제상황을 수치로 분석하고 공약을 점검하는 것에 크게 앞서서, 그들에게는 '신념' 그 자체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에 반해 상당수 젊은 층이나, 이른바 진보라는 유권자 층에서는 다른 시작점이 존재하였다. 산업발전은 우수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두뇌와 땀방울로 이룩한 것이니, 잘못된 역사는 청산받아야하며 또한 이명박 정부에서 BBK 의혹, 4대강의 부작용, 부자감세 서민증세 등 여러 '대립'에 관한 패러다임을 바로잡는 '과거를 엎어, 미래를 만드는 문제' 였다.

 

이점에서 문재인은, 잘못된 포지셔닝을 하였다. 18대 대선이 군사독재정권과 이명박 정부의 청산을 위한 살육의 굿판이 아니라면, 모든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어야 했다. 심지어는 군사독재정권의 심판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 주요 목표였다고 해도,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하고싶은 말' 만이 아닌 '듣고 싶은 말' 을 더욱 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문재인은 어떤 '듣고 싶은 말'들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해야 했었을까?

 

 

1-2. '공약' 보다는 '공감' 이 앞서야

가장 급진적이다는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지난 17대 대선에서 내걸었던 것이, 등록금 상한제와 학자금 무이자 대출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과감하게 반값등록금을 먼저 외치면서 아젠다와 이슈를 선점하고 모든 논의를 무력화시켜버렸다.

진보정당이 민생현장에서 발품을 팔고 노력하여 개발하고 발굴해낸 정책과 그 소재들은 기존 거대 여야 정당들이 주요 선거에서 상황에 맞게 흡수하여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온 것이 지금까지의 선거였다.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유권자들을 달래가며 선거를 치를지를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얼마나 적당하게 베팅을 하면서 '공감'대를 이루어내고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실제로 투표를 하게끔 만드느냐가  선거판의 관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쉬운 예를 들어보자.

단순히 이렇게 명확하고 힘찬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다.

'불안한 원자력발전소를 그냥 둘 수 없기에, 수명이 다한 것은 즉시 가동을 멈추고, 신규 건설은 자제하겠다.'

하지만 같은 맥락이면서도, 아래와 같이 포용하고 공감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불안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인력을 늘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계속운전이 타당한지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고, 신규 원전건설에 앞서 기존의 인력과 기술을 활용하여 원전을 폐쇄하는 폐로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원전은 보다 짧은 오버홀주기 설정으로 전면적인 개보수와 점검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게하겠다.'

원전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몇 만명의 직장인과 그 가족들 그리고 원전 비중이 당장 줄어들면 블랙아웃이 오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일반 시민들까지 생각하면, 그 유권자 숫자는 이번처럼 접전이었던 대선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개인의 원대한 비전은 멋질 수 있지만, 공감이 없어 함께 꾸지 못하는 꿈은 함께 실현해낼 비전은 되지 못한다. 그저 개인의 원대한 비전으로만 자리매김할 공산이 큰 것이다.

 

 

2. 문재인은 왜 실패 했는가 - '전략'

2-1. 십알단과 여의도 연구소에 맞설 견고한 시스템의 부재

의병만으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정규군을 막아내기 어렵기 마련이다. 십알단(십자군 SNS 알바단)의 종횡무진 인터넷 넷심 잡기를 위한 고군분투와 오랜 역사를 가진 여의도 연구소의 대내외적인 활동까지 합해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움직여오고 그에 장단을 맞추는 보수언론들 앞에서 문재인 캠프는 무엇을 하였는가?

십알단을 적발해내고 경찰에 고발한 것이 문재인 선거캠프에 인터넷 담당들이었다.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내고 더 나아가 그 엄두조차 못내게 대비를 하지는 못한 것이다. 포도청에 외적의 침입을 알리기만 하러 뛰어가서 관군들의 소매자락만 잡아끌고, 정작 전투는 못한 애국심만 가득한 사대부 꼴이었던 것이다.

관군과는 연합이 힘든 저기 먼 지방에 있는 나꼼수라는 의병대장과 여기저기 SNS 상에 산재해있는 의병들과 일사분란하게 공조하는 연합작전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다. 관군들은 고지를 앞두고 산화할 수 밖에 없었다.

 

2-2. 단일화 주도권 전략의 부재

안철수 후보가 양보해주기를 바라고, 이정희 후보가 알아서 사퇴해주길 기다렸던 것이 문재인 캠프였다. 상대 후보가 아주 오래 전에 단일 후보를 확정하고 보수라고 불리고 싶은 기득권 집단들을 규합해낼 동안, 진보라고 불리고 싶은 선거캠프들은 여러 집단과 계층들에 제대로 된 시그널을 보내지 못하였다.

단일화와 사퇴의 혼돈속에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표 계산을 하기만 바빴지, 선제적 대응은 하지못하였다.

 

 

3. 문재인은 실패 했는가? - '문재인 VS 문재인캠프'

3-1. 의미있는 숫자

다음 2017년 대선에서 정치경력이 없는 박지만씨가 새누리당 마크만 달고 '보수' 후보자가 되어도, 아낌없이 표를 던질 것 같은 영남지역이 건재하고 있다. 또한 이번 2012년 대선에서 큰 기대감으로 상실감이 더 컸던 호남은, 살인마라고 그 지역에서 불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식들이 출마하여 그 반대후보에 표를 던지고 싶은 상황이 있지 않는 이상 이번처럼 '진보'라는 세력에 힘을 모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중요하게 봐야 할 숫자가 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26.2%를 얻은 것에 반해서, 이번 문재인 후보는 48%를 얻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48.9%의 지지와 문재인 후보보다 더 적은 표 숫자로도 대통령이 되었다. 이처럼 전체 득표수의 증가와 타워팰리스에서의 수직상승은 의미있는 숫자라고 할 수 있겠다.

 

3-2. 의미있는 경력

노무현 정권은 전세계적 신자유주의의 물결 앞에서 마지막 버블을 만끽하던 때였다. 부동산 경기 부양보다는 과열을 식히기에 바빴고, 글로벌과 선진경제를 외치던 세력들이 내세운 '효율'과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모토는 모든 정책기조를 뒤엎게하기 바빴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이 본인들의 정치적 태생과는 맞지 않게 먼저 말을 꺼낸 한미 FTA 를 위해 보수언론이 화답하며 명분을 찾아주기까지 하는 등 당시는 신자유주의가 한창이었다.

 

이런 과정속에서, 펀더멘털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중장기적인 기본과 원칙 준수보다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가는 대한민국을 보기 시작한 것이 바로 문재인이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행한 신자유주의이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같은 경우는 자신이 밟아온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의 경력이 무색할만큼 신자유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당선자의 인수위원회의 영입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무조건적인 효율화 그리고 제도와 시스템이 '사람'에 우선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과거를 합리화하기 보다는 보다나은 결과와 바람직한 것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것이다.

   

3-3. 문재인 VS 문재인캠프

이번 18대 대선을 통해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후보선거 '프'라는 조직을 잃었고,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얻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고자 했었고 앞으로 갈 길을,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얻었다.

 

 

     지금까지 기획특집 첫 번째 기사인 <1. 2012 : 문재인은 왜 실패했는가?>를 통해서 PowerNgine이 분석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경과를 알아보았다.

 

     이어지는 <2. 2013 ~ 2017 : 앞으로의 5년은> <3. 2017 : 19대 대선의 이슈전망> 에서는

    실패한 결과를 들여다보는 '과정'들 속에서 미래를 추론하고자 한다.

 

 

      2012년 12월 24일 01:17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