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 그러니까 어느 학교인데?
- 경희대입니다.
= 음, 좋은데 갔구나.
- 아버지는 고층건물 종합관리 일을 하십니다.
= 그러니까 어떤 직급이시냐고?
- 사장님이십니다.
= 음, 멋지시구나.
- 건설회사에 다닙니다.
= 그러니까 어느 회사냐고?
- 삼성건설입니다.
= 그래. 좋은곳에 갔구나.
경희대, 아버지 사업, 삼성...
모두 나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일깨워 주는 곳이다.
하지만 나의 전공, 집안교육, 건설직무가
명성이나 소위 사회지위적 측면으로 규정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얼마짜리 정장을 입느냐로 규정되고 눈치보는 것이 아닌,
내가 입은 정장이 무엇인지를 사람들이 궁금해하길 바라며,
더 나아가서 궁극적으로는 내가 입은 정장의 가치가,
비싼 가격이나 브랜드에서의 가치가 아닌,
내가 활용한 소모품으로서의 매개체로 인식되길 바란다.
나는 껍데기에게 종속된 것이 아닌,
그저 껍데기를 규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메인코드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