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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으로 바라본 세상

[비판] 김기덕 감독의 견해에 반대되는 입장

2004. 5.15 경 밤이었던것 같다.

자기전에 MBN을 틀었는데 김기덕 감독이 나왔다.


적은 돈을 들여 자신의 의사를 최대한으로 전달하고
학력도 없이 다른 연기 경험도 없이 자신의 감수성을 맘껏 펼치고
여러 외국 영화제에서 더 잘 알려졌으며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다 받는 감독이다.


그런 그가 MBN 초대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돈을 들여 블록버스터를 찍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일 내가 그러고 싶었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헬기도 띄우고 여러 각도를 잡아가며 줄거리도 바꿔 웅장한 스케일로 찍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뭐 대충 이랬던 것 같다.

그 말을 하고 자신은 블록버스터라는 형식이 아닌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하면서 한국 관객들은 공부를 더 해야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관객들을 왕 모시듯 해서는 안되고 감독과 관객이 함께 객석에서 웃으며 대화가 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짜증나더군.

내가 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공부해야해? 아니 영화론 자체를 공부할 맘도 여유도 없는데?
자기가 외국 영화제에서 잘 나가니깐?
아님 자신은 아주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데 남들은 메시지는 안보고 메시지를 담아내는 다소 거칠거나 색다른 그 과정들만 보니깐?

그렇다면 뭐야?

앙드레김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패션쇼에서 어느날 1등을 휩쓸고 왔다면 우리 한국인들 모두가 그 이상한 무대 의상을 입고 워킹을 해서 직장으로 학교로 가란 말이냐?
앙드레김이 1등을 했으면 아~ 했나보다. 대단한 걸. 여기서 그치면 되지. 앙드레김이 나서서 제 옷 사세요. 입고 다니세요. 그럼 누가 좋아할까?


마찬가지로 어느정도는 상업성이 있긴 하나 솔직히 눈에 부담스러운 김 감독의 영화를 일반인들이 공부해줄 필요도 굳이 봐줄 필요도 전혀 없다고 본다. 그냥 보고 싶으면 보는 것이고 아님 마는 것이지 공부를 하라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매스컴을 통해 김 감독의 유명세 정도는 알아 줄 수 있는것이고, 김기덕이라는 이름자체를 모른다 한들 그게 어떤가?
세상에 바쁜 사람, 힘든 사람, 하루하루 살기도 벅찬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문화라는 것을 마치 그래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내귀엔 예수불신지옥이란 어거지와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의 영화를 볼때마다 부담스럽긴 하나 이런 표현 방식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다양성을 인정했지만 그의 오만함과 자만심은 가소롭기 그지없다.

한 나라의 문화 산업에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그가 문화 인류학적인 기본 소양조차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울 뿐이다.



김감독에게 공학도로서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휴대폰이 어떤 방식으로 전파가 전달이 되고 보안이 유지 되는지 아냐고? 그건 꼭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공학인들은 사용자가 쓰기 편한 물건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역점을 둔다. 사용자는 그 내용은 전혀 몰라도 되는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김감독의 생각은 도무지 내게 맞지 않는다.

한국의 관객들도 단순히 폭력이나 엽기, 불륜에 중독되어 있는 수준이 낮은 상황도 아니고 다양한 영화들이 발표되고 발길들이 이어지는 마당에 그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부담없이 보면 되는 것이다.

~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어이 없기 그지 없다. 다양성을 통한 창출과 발전의 시대에 너무 걸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2004년 5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