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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애국

애국이 무엇일까?

국가 대표 대항 체육 경기에 구경가서 목 터져라 대! 한! 민! 국! 을 외치는것이 애국일까?
그럼 그 응원단은 경기장 밖에선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기초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졌을까?

그럼 그 응원단 가운데 애국자가 아닌 사람들은 대한민국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냥 즐기기위해 자신의 소속인 대한민국을 자신이 즐거워 필요할때만 연신 외쳐댄 건가? 경기장 밖에 나가면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고 법을 피해가며 때론 어겨가며 자신의 이익을 쫓는 사람은 과연 그 응원단에 한명도 없을까?


그렇다면 진정한 애국이 무엇일까?

사생활을 모두 접고 국가에 충성하는 것일까?
위인전을 읽으며 눈물을 줄줄 흘려야만 하는것일까?
법만 잘 지키면 되는 것일까?
국산품만 죽으라고 쓰는것이 애국일까?


내가 애국이란 개념을 처음 느낀것은 초등 2학년때였다. 이야기 한국사라는 풀빛 출판사에서 나온 10권짜리 책을 읽고 있었다. 제9권 일제시대는 9살짜리 어린아이에게는 너무나도 잔혹하고 혹독한 고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국모가 적지도 아닌 자신의 도성안에서 왜놈들에게 잡히어 칼로 죽임을 당한것도 모자라 죽은 상태로 이리저리 질질 끌려다니다가 길 바닥에서 불붙여 사체가 태워지고 잘 태워지지 않자 톱으로 뼈를 잘라가며 태워서 그 염을 아무곳에나 흩어뿌린 충격적인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이렇게 자세한 내용은 고등 2년때 국사선생님께 들었다. 그 당시에 알았으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과장이 아니다)

같은 초등학교 다니는 누나쯤 될만한 우리의 할머니들이 초등5-6년부터 시집을 가지 않은 나이까지 전부 끌어다가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되었다.

왜놈들을 때려죽이고 싶어 피가 용솟음치는 한민족의 남자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본에 끌려가 그들 산업 발전을 위해 값싼 노동력이 되어주고 일왕을 위해 카미가제가 되기도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마루타로 쓰인 한국인들의 운명은 지구가 생긴이래 가장 끔찍했다. 세균에 얼마나 일찍죽나 실험도 해보고 마음대로 몸을 갈라 신체내부도 연구하고 혹한에서 몸은 난방이 되는곳에 두고 팔만 밖으로 내밀게한채로 며칠을 두어 동상이걸리면 얼마나 팔이 빨리 썩는지도 실험을 하고, 갓난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아줌마들을 실험대상으로 잡아 성기를 칼로 통째로 짤라 몸에서 분해도 시켜보고 그러면서 일본의 해부학기술과 이론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2차대전 종전직후 미국에 해부학 자료들을 넘김으로 그 마루타부대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물론 일본의 외과의사들의 실력은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되지 않게 단시간에 급성장했다는 사실은 말할것도 없다.

예가 좀 길긴 했지만 이렇듯 나의 경우에는 애국은 안타깝게도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에서가 아니라 연민과 불타는 노여움에서 자각이 되었다.


애국이란 무엇일까?

스포츠나 경제같은 곳에서 잘나가는것에 대한 자부심에 의한 것일까?
역사나 소속감에 의한 자각에 의해서일까?

어떤 경우라도 공통점은 하나있다.

자부심에서 나온 것, 역사나 소속감에서 나온것, 운동경기 응원에서 나온것 모두 애국이다. 자신과 나라를 동일시하는 그것이 애국이다.

자신을 진정 소중히 여기는 자는 (자신만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 아니다) 타인도 돌아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더 큰 공동체에까지도 눈을 돌릴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인 삶을 배제한 채 국가에 충성하라는 전체주의나 국수주의는 애국이 아니다. 개인이 향하는 방향에 한해서는 어느정도까지는 애국이 성립할지는 모르겠으나 국가가 개인에게 향하는 방향에 있어서는 애국을 가장한 지배이기 때문이다.

유가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개념을 주장하는 것이다. 혹자는 '평천하? 웃기다.' 그러지만 그넘이 더 웃기다. 세계를 정복하자거나 제왕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주위를 돌보고 더 나아가 상위 공동체에도 제대로 충성을 하는, 자신의 권력과 이익만을 위한 충성이 아닌 (또는 통치) 진정한 대인이 되라는 것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가르침이다. 말 그대로 너나 나나 모두 평천하해서 왕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럼 백성은 누가 하냐?
문자에만 얽매여 그 진의를 왜곡하여 비판의 수단으로 삼거나 오해하지 말기바란다.

첨단 산업시대에 애국은 무슨 애국이냐고 그럴지 모르겠지만 선진국 국민일수록 애국심이 강하다는것을 지적해주고 싶다. 재해가 일어날때마다 몰려드는 자원봉사자와 구호품이 너무 많아 구호작업에 지장을 받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나 유럽이다.
이유없는 전쟁이면 미국대학생들의 베트남전 징병 반대시위에서도 알 수 있듯 국가의 행위에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면 미친듯이 자원 입대자가 늘어서는 것이 선진국이다.

이처럼 '성숙한' 가운데 국가가 바로 하는것은 도와주고 잘못 하는것은 목숨을 바쳐 막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다.

애국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기술자, 툭하면 해외로 날겠다며 미국에 이중국적을 소지한 돈많은 기득권층에서부터 청소부가 치우겠지하며 자신이 낼 세금은 아랑곳하지 않거나 함부로 환경을 파괴하거나 자식들에게 '우린 안돼'하며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채 자조만 늘어놓는것 모두 매국이다.

거창한 것들만이 애국이나 매국인것은 아니다.

자신과 국가를 진정으로 동일시하고 한 배를 타고 있음을 자각하여 성원할 것은 성원하고 말릴 것은 말릴 수 있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일부를 포기 해가면서까지도 바른 것을 주장하고 움직여 국가라는 배를 움직여 나가는것이 바로 애국이다.

이것은 이타주의 개인주의 이기주의와는 무관하다. 자신이 마음이 넓어서 애국을 하는것도 아니고 내 자식이 최고여야 하듯 우리국가도 최고여야해서 애국을 하는것도 아니다.

고등학교때 흰머리 지긋하시던 사회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개인 운명의 70%는 사회가 결정한다!"
법과 제도, 경제,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우리의 대학입시와 취직, 경제생활등의 운명이 좌우된다. 일제시대 같은 경우엔 70%가 아니라 98%가 더 넘었을것이다. 애국은 여유있거나 뜨거운 피를 가진 운동권 젊은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애국을 하여야 한다.


애국은 운명을 동일시를 통해 사상이나 이익, 종교, 관념 같은 2차적인 것에 얽매여 주객이 전도되지 않고서 우리의 배가 순항하여 많은 사람이 잘 될수 있도록 있도록 정확한 통찰을 통한 힘의 행사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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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동일시라는 '선택'과 '자각'만 있으면 진정 국가는 물론 자기 자신을 위한 길에 접어들 수 있게 된다.


- 2001년 12월 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