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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정책진단 : 아무런 "부동산" 정책도 하지마라

[사설] 부동산 정책진단 : 아무런 "부동산" 정책도 하지마라

2018.09.12 하 대현 기자 ⓒPowerNgine

 

진단 1. 한국 부동산의 특징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자동차가 아닌 주식같은 변동성과 집중성을 지닌다.

진단 2. 주택공급확대는 재앙의 씨앗
아파트 공급확대는 폭등/폭락이라는 부정적인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

진단 3. 처방전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정책을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이 답이다.
"금융"정책을 통한 유동성 관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자료화면1 설명 : 부동산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각종 유동성에 의해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묘사하였다. 각종 유동성들이 부동산을 올리기 위해서 자본과 투기심리를 쏟아붇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세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시소를 지지하고 있는 기초를 부실인자들인 과잉대출, 부실, 불안심리들이 갉아먹을 것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같은 빨간색으로 부실인자, 이음부위와 지하경제를 표시하였다.>

Tip! : 바쁘신 분은 굵은 글자, 파란글자 그리고 자료화면 해설만 읽으시면 됩니다.

 

진단 1. 한국 부동산의 특징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자동차라기보다는 주식같은 변동성과 집중성을 지닌다.

낡고 불편한 집이있다. 겨울이면 매서운 찬 바람이 새어들어오고 집에 인터폰도 없다고 한다. 벌써 30년이나 된 집이니 그럴만도 하다.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언뜻봐서 이런 곳은 도시빈민들이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압구정에 있다고 그 낡은 현대아파트가 32평에 25억이라고 한다. 지방에서는 LED 센서조명이 있는 지하에 넉넉한 주차를 하고서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면, 시원하고 따뜻하기도 한데 홈오토메이션 기능까지 모두 있는 새 집이 나온다. 이런 최첨단 신식 아파트가 2.5억이다. 그것도 즉시 입주가 가능한 빈 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는 각 그랜져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 차가 아닌데도 내가 사는 동네에 그랜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뿌듯했던 시절이 있었다. 30년전 그랜져는 2천만원 가까이 되었다. 1990년 11월 3일에 입주했었던 지방에 우리 집이 4천만원 언저리 신축 현대아파트였으니 만약 우리집이 그랜져를 탔다면 집 값의 무려 절반이나 되는 돈을 자동차 구매로 또 지출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타시던 엑셀은 이미 오래전에 중고로 처분되었고 예전에 누군가에 의해 당연히 (?) 폐차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살았던 집은 매매가 되어서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낡고 구식이 되었지만 이제 그 집 값은 1.2~1.4억이라고 하니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3배 이상 올랐다. 아버지께서 그랜져를 타보고 싶으시다고 만약 당시에 대출이라도 내셨었다면, 자동차는 자산가치가 0에 수렴하여 사라지는데, 대출이자는 복리의 마법으로 얼마나 더 늘어나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90년대에 아버지께서 한 주 당 5만원 정도씩을 들이셔서 포항제철 (현재 POSCO. 9/12 종가기준 291,500 원) 주식을 사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등학교 교사이셨던 당시 아버지 월급이 50만원이 채 안되었던 것 같은데 총 몇주를 사셨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런 비싼 주식을 여러주를 사셨었으니, 적금금리도 높던 90년대로서는 엄청난 재테크를 하셨던 것이다.
POSCO 주식은 최근 10년 자료를 보니, 2010년 1월 15일에 633,000 원을 찍고서 2016년 1월 22일에는 155,500 원이라는 저점을 지난 것으로 나온다. 부동산도 결국에는 상승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등락을 거치면서 "변화"를 한다는 점에서 자산가치가 소멸하는 자동차와는 다른 양상을 가진다고 볼 수가 있다.

시간이 흘러서 낡은 자동차 만큼이나 아주 낡고 구식인 집이 되어도, 최초 분양가 대비 엄청난 시세를 형성하는 것이 부동산이다. 그런데 부동산이 자동차 같은 자산과는 정말 다른 점이 또 한가지가 있다.
웬만한 자산가라고 해도 보유하는 차량의 대수는 가족 숫자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주택은 한명이 10채, 100채 혹은 오피스텔 빌딩을 통째로 소유하는 경우들도 여럿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주식처럼 집중화된 세력/심리들에 의한 큰 변동폭을 낳을 소지가 있는 것이 바로 부동산인 것이다.

 

진단 2. 주택공급확대는 재앙의 씨앗
아파트 공급확대는 폭등/폭락이라는 부정적인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는 필요한 사람들이 최고급차이건 낡은차이건 1대 정도씩 운행하지만, 주택 소유는 그렇지가 않다. 인구감소 시기에 주택을 급격히 공급한다면, 이는 시장의 유동성들과 심리로 하여금 급격한 움직임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자료화면2 설명 : 시소의 중심 축이 "동산"쪽에 치우쳐지게 표현하였다. 서민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은 부동산이다. 시소 오른편에 있는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흔들린다면 시소 왼편에 있는 집 값은 중심 축에서 더 멀어지는 그 거리에 비례하여 더 크게 움직여 질 수 있다는 것을 묘사하였다. 특히 급격하게 꺽여지고 있는 시소의 빨간색 중심 축선과 함께 시소의 오른편이 바닥보다 더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시소의 오른편은 부실한 바닥조차도 없어 시소가 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곳임을 뜻한다.>


발과 날개가 달려있어서 양지와 음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산은 "동산"이며 동산이 아닌 토지에 정착된 자산은 "부동산"이다. 가상화폐, 대북투자나 해외주식이건 유동성들이 탄력받을 수 있는 다른 기회들이 발생한다면 시소의 오른편에 앉아 있던 자본들은 순식간에 그쪽으로 날아가버릴 것이다. 이 경우 부동산 자산을 위해 엄청난 대출로 버티고 있는 주택소유자들과 전세 세입자들은 높은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물론 서울 강남을 비롯한 부촌들은 그들만의 유동성으로 집 값을 버티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부촌을 제외한 지역들에서는 투기세력들의 이탈과 실제 소유자/거주자들의 심리 붕괴로 부동산 가치가 한번 더 급락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는 비트코인, 베트남 주식 같은 것들이 반등하지 않고 경제 전체가 침체되면서 금리까지 어쩔 수 없이 상승하는 국면이 된다면, 시소 우측의 유동성들은 오도가도 못한채 위치는 유지하겠지만 풍선의 바람이 빠지듯 그 규모가 약화될 것이다.

서울 인구는 더 증가하지 않고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의 주택공급이 줄었는가? 그렇지 않다. 지속되는 아파트의 신축 및 수직증축 재개발과 수많은 신축 오피스텔들로 가용한 세대수는 상당히 더 늘었다. 공급이 늘었고 인구가 줄어서 수요도 줄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상승했던 서울 집 값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 한국이 최근의 일본처럼 경제가 좋아지는 사이클이 도래한다면, 당장 분양되고 있는 위례신도시의 아파트들은 물론 서울 인근의 신규 공급 아파트들은 상당한 시세 상승국면이 도래할 것이다.
인구가 늘어서 실제 수요를 기반으로 대량공급된 집 값이 상승하는 것이 아닌데, 경제 사이클 상 더 침체되는 시점이 도래하게 된다면 이는 엄청난 하락국면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된다. 대량공급의 무게감 만큼이나 엄청날 그 하락 속도와 충격으로 인해서 시소 오른편에 있던 유동성들까지 타격을 입게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국면에서는 주택가격이 유동성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유동성 자체를 움직이고 작아지게 만드는 독립변수로 국면이 전환되는 것이다.
지금 집 값이 너무 오른다고 걱정을 하는데, 엉뚱하게 집 값이 떨어지는, 그것도 크게 떨어질 그런 기우 같은 걱정을 하느냐는 관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이 오르는 주식이 많이 떨어질 수도 있듯이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이미 그런 변동폭을 가진 자산이 되어 있다.

 

진단 3. 처방전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정책을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이 답이다.
"금융"정책을 통한 유동성 관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만질수록 커진다." 이것이 진보정권에서 그동안 있어왔던 부동산 정책의 안타까운 결과였다. 언제 어떻게 만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의도와 다르게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어디든 만지기만 할수록 문제가 더 커져왔던 것이다.
시소의 왼쪽을 누를 것이냐, 오른쪽을 누를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소의 기둥을 받쳐주고 있는 지반을 탄탄하게 다져 주어야 할 시점에 도래하였다.

 

<자료화면3 설명 : 탄탄하지 않은 토지위에 설치된 시소가 급격하게 요동치게 되면 시소 자체가 뿌리 뽑히거나 파손되면서 양쪽에 앉은 모두가 다치게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실제 사례를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이어서 2008년에 진행되었던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를 통해 보았던 바 있다.>

금융정책을 통한 부동산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시소가 고정되는 지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멀리는 지하경제 양성화부터, 가까이는 금리 인상 시그널을 계속 보내야 할 것이다.
0.1%의 이자 변동폭에도 반응하는 것이 유동성이다. 한국주식은 박스피이고 비트코인 거품마져 꺼져서 당장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이자가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는 시그널이 시장에 가게되면 유동성은 부동산쪽으로 계속해서 더욱 흘러들 것이며, 시세담합까지 겹쳐지면서 서울 집 값의 앞으로도 충분히 더 상승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와 함께 지방 집값은 더욱 하락하면서 국민자산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

정책의 급격한 시행보다는 전환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제시는 속히하되 그 이행은 시장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충분한 경기부양책 제시나 실현 가능한 단기투자들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을 당장 관리하기 위해서 부동산 정책에서부터가 아닌, 금융분야 관리가 선행된 이후에 기초가 튼튼해진 상태에서 다시 부동산 정책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권 때처럼 주택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여 경제심리의 일부는 관리해놓고서 실제로는 추이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공급을 관리해서 과잉공급은 되지 않게 하는 사후관리방안도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에는 진정으로 공급을 크게 늘리려고는 했으나,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존 집 값 마저 하락으로 전환되면서 목표대비 실제공급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바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 불안심리는 당장 관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보수언론들이 앞장서서 연일 기사를 내어서는 멀쩡하던 경제분야들까지 불안심리가 전파되어 이로인해 실물경제 전반이 모두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인구감소 국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 지표가 지금과 유사한 수준이었던 박근혜 정권 당시처럼 보수언론들이 차분하게 경제지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하도록 유도해내지 못할 경우,
시장의 갈곳없는 유동성들이 "부동산만큼은 불패 할 것"이라는 구호와 자기암시를 외치면서 부동산으로 계속 모여드는 불나방이 될 것이다. 이는 자산가들의 부동산 쇼핑과 기존 서울 아파트 보유자들의 시세담합으로 치달을 것이며, 종국에는 실제 주택 수요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결과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2018년 09월 12일 19:00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