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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언론이 지적한 문재인 원전정책. 엉뚱한 지적이다.

[사설] 보수언론이 지적한 문재인 원전정책. 엉뚱한 지적이다.

2018.07.24 하 대현 기자 ⓒPowerNgine

요즘 아주 무덥고 습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대현 기자가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기계시공 담당으로 일하던 2008~2012년의 여름들이 떠오르는 날씨이다. 한국의 원전들은 냉각수 확보를 위해서 해안에 있기에 그 찐득하고 습한 바람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강원도 고성군 전방 부대에서 동해를 내려다보며 설악산 자락에서 군복무를 하던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건설"이 담당이기는 했지만,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중이기도 하고, 신규건설중이기도 했었던 월성원전 본부 일대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전력정책이나 원자력 자체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LNG 천연가스 복합화력 발전소 관련 업무도 해보았으나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원자력 분야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원전들을 지속적으로 잘 건설해서 한국의 잉여전력들을 북한에 송전해주면서 경협을 열어가면 어떨까도 하였는데, 결국은 원전을 감축해나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나라의 원전들은 힘차게 가동중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해서 사용연한이 되지 않은 원전은 쉬지않고 가동이 되어야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원전은 기저전력이다. 즉 Basis로서 항상 가동이 되는 것이다. 화력발전소는 "점화"라고 외치고서 버튼을 누르면 가스레인지를 켜듯이 발전소의 보일러가 작동되기 시작하지만, 원전의 경우 한번 멈춰서게 되면 100% 정상출력으로 다시 도달하는데에 최소 며칠에서 일주일이 넘게 걸릴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때나 쉽게 켰다껐다 할 수 없어서 계속 켜두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폐기비용을 논외로한다면 발전단가도 가장 저렴한 편이라 상시가동하는 것이다.)

물론 원전을 멈춰세우는 경우가 있다. 예방정비나 오바홀 정비를 위해서 원전은 때때로 사전 에 수립된 계획에 따라서 가동을 중단시키기도 하는데, 주로 전력피크치인 하절기나 동절기에 혹시라도 트립 (=고장)이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동절기가 지나면 봄철부터 초여름까지 원전을 멈추어놓고 정비 및 유지관리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비상태에 있다가 폭염을 맞아서 원전들이 요즈음에 다시 힘차게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하절기 전력수요 폭증예상이라는 에너지수급에 대비하여 정상적인 절차를 잘 밟은 것이지, 탈원전을 위해서 원전을 못돌리게 했다가 마지못해서 원전을 다시 돌리게 한 것이 아닌 것이다. 원전감축 정책은 신규 프로젝트를 최소화 한다는 것이지 기존의 원전들까지 박해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들의 지적에 만에 하나라도 청와대가 "실수였다. 앞으로는 기존 원전가동도 최소화하겠다." 라고 발표를 해버린다면?
다시 자리를 잡아가던 원자력 업계는 보수언론 때문에 정말 복구가 불가능한 호된 된서리를 맞게 되는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청와대와 문재인 정권을 지적하기 위해서, 외국언론이나 저명인사들의 발언을 일부만 임의로 변환해서 인용하거나, 실제 당사자들 의지와는 무관한 논리와 언급을 해왔던 바 있다.
경제와 행정의 문제를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끌어 들이는 것은 후세에 역사가들로부터 충분한 비판을 받을 일이다. 세월호라는 "사고"를 박근혜 정부와 기무사가 진보탄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여서 결국 "사건"이 되어버려서 정말 많은 국가적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하였던 바 있다.

같은 비교선상에서 이번에 정비를 끝내고 계획대로 재가동에 잘 들어간 "원전"들을 이념화하고, 정치쟁점화 하는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것은 매우 치졸한 것이며 또다른 국가적 유무형의 손실을 몰고오는 공익에 반하는 행위임을 자칭 보수, 경제지라는 언론들은 자각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혹시나 못 알아들었을까봐 쉽게 추가설명을 붙이겠다.
현재의 대통령이 홍준표 혹은 최순실이고 친원전 정책이 시행중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현재의 전력예비율은 동일할 수 밖에 없다. 한국형 APR1400+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표준모델의 경우에, 착공에 들어가서부터 전력을 생산하여 전력거래소로 안정적으로 송전을 하는데까지 최소 6~8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탈원전 선언은 신규 원전에 대한 감축 및 타 에너지원으로 대체해 나간다는 중장기 계획으로서 정책의 방향성인 것이지 멀쩡히 잘 가동중이던 성능좋은 한국형 OPR 1000, APR 1400 원전들에 대한 가동 중단 조치가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지금 당장의 현 시점에서 전력수급이 불만이라면 6~8년 전에 발전소들을 더 착공시키지 않았던 그 당시의 청와대와 관계부처들을 지적할 일인 것이다.

차라리 보수언론들이, 전력소비가 나날이 급증하고 있으니, "향후에" 원전에 대한 감축 정책을 폐기하고, 오히려 추가로 착공해야 하지 않겠냐는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그것은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건전한 논의가 되는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의 이러한 작금의 지적들은, 말 그대로 계획된 정상적인 행정행위와 절차들을 정치이념화하는 제 발등을 찍은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임을 역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2018년 07월 24일 13:00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