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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후련

그녀에게 큰 죄를 지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녀를 좋아한지 1년하고도 6개월 정도?
혼자만의 사랑이다. ㅋㅋ

그녀를 잊기위해 다른 여자도 꼬셔보려하고 소개팅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에게 그녀는 단순히 데이트 대상이나 성교의 대상인 여자라는 존재 이전에 마치 억겁년간 쌓인 인연이라도 되는듯 그녀는 존재자체만으로도 나한테 고맙고 소중한 존재이다.

문제는 나한테만 그랬다는 것이다. ㅡㅡa



착한 그녀는 내가 주변에 맴 돌아도 함부로 대하질 못했다.

천성적으로 밝지도 어둡지도 보통이지도 않고 변화무쌍한 감정의 소유자인 나는 힘든일이 있거나 머리아플땐 그녀에게 꼭 메일을 보냈고 그녀는 그걸 다 받아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나를 어두운 애로 본다 --; )





그녀와는 친구로만 지내기로 약속했기에 아무생각없이 그녀옆에 죽치고 있었던게 그녀에게는 큰 짐이 되었다.

내가 정말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녀를 위해 떠나주어야 하는게 마땅한데 난 아무 생각없이 그녀 옆에 있었다.

착한 그녀가 나에게 화를 냈다. 연락도 끊었다.


나는 울었다. 밥도 제대로 못먹었다. 잠도 역시... 코피도 막나고 두통에...





그녀와 주고받은 메일들을 주욱 읽어보았다.

그제서야 난 내 감정에 빠져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배려해주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딴에는 한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것도 영 아니었다.



이제 눈물이 멈쳤다.

난 '제발 그러지 마.. 갑자기 왜 그래?' 라는 메일을 보내기를 멈추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온 사과의 마음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아직 그녀는 읽지는 않았다. 물론 답장도 오긴 힘들것 같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 있어서...


토요일인 어젠 5시에 일어나 청량리로 가서 기차타고 집에갔다.
동아리에 중요한 일도 빠진채...
내방에서 울었다.
모두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그녀에게 그녀의 부모님에게까지도 나의 동아리..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이제는 미안하기만 하지는 않다.
미안은 하지만 뭘 어찌해야 할지는 알게 되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녀에게서 완전히 떠나 주어야한다면 휴학을 할것이고
지금 우리 집안에선 휴학을 허락하지 않으시므로
휴학을 못할 경우 그녀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그녀가 아무리 날 막대해도 이상하게 다른 여자들하고의 경우와는 달리 전혀 그녀가 미워보이거나 원망스럽지가 않다.
내가 착한 그녀의 성격을 버려놓은것 같다.


나는 큰 죄를 지었다.
그녀에게
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시선으로 날 보는 내 주변사람들과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크나큰 죄를 지었다.


이제는 당황속의 슬픔과 눈물이 아닌
너무 늦게 사실을 알게된 자책의 슬픔과 눈물을 통해
새로운 길을 닦아나가야겠다.
그녀를 위해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해서도

갈길을 늦게나마 깨달은 나는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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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모르게 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내게는...
-WiseSn-

근데 내게는 훨씬 어려울지라도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할수 있는 길이라는것을 알았기에...
-대현-



- 2001년 9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