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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미신 - 수능 100일과 관련하여

저녁에 TV를 켰더니 수능 D-100 일이라며 수능을 앞두고 일어나는 여러 행위들이 보도 되었다.

가고자 하는 대학에 가서 사자 조형물의 이빨을 뽑는 공공시설물 파손을 시작으로
현대 자동차의 이니셜 및 앞부분 마크를 불법 절도하는 행위와
여학생 방석을 가져가는 것과
사찰을 찾아 부처님 귀를 따갑게 만드는 일들이 나왔다.


학문의 전당을 가고자 하는 이들이 그리도 할일이 없는지 고3이나 되어 시험을 단 100일을 앞두고서 남의 학교를 찾아갈 시간도 있고 눈치를 봐서 남의 차를 훼손하며 엉뚱한 곳에 시간과 신경을 쓰는 행위는 참 우스워 보였다.


난 고등학교 입학전 잠시 수학, 과학 선행학습 과외를 받은 이후 줄곧 학원 한번 안 다니고 혼자 공부하여 수능을 봤었다.

내 경험으로는 수능전략 수첩에 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마다의 그날그날 계획을 세워 예습, 복습, 자율학습으로 시간 관리를 하고도 오답노트를 정리하기 바빴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물론 영어 공부는 등하교 버스 안에서 어학기와 단어장을 활용했었다.

아직도 집에는 그때 내 일부 오답노트들과 영어 테잎들을 차마 버리지 못한채 방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학문의 전당을 들어가겠다는 이들의 수준이 그것 밖에 안되는지 참 안타까웠다.

또 학부형들은 자신의 자식들이 대학을 들어가는 것을 왜 부처님께 기원하는지 도저히 아직도 이해할수가 없었다. 자신의 자식을 대학에 붙여주면 남의 자식을 대학에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건 기독교인들의 교회만 나가면 그들만이 구원받는다는 식의 사고와 유사하다.

불교에서는, '악업을 행한자는 그 어떤 축원을 받아도 좋은 곳을 가지 못하며 착한 일을 행했던 자는 남들이 뭐라하건 말건 좋은 곳에 가는 것이다. 그것은 우물에 큰 돌을 던져 넣고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돌아 떠올라라'고 기원을 한다고 해서 절대 떠오르지 않는 것과 같다.' 라는 비유가 경전에 분명히 나온다.

천수관음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은 아무나의 아무 소원이나 들어주어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 불교의 큰 법인 인연법을 흐뜨리는 것이 아님을, 불교는 기복신앙이 아님을 이제는 학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식이 어느 대학에 가게 해달라, 상위 몇 %안에 들게 해달라, 몇점 이상을 맞게 해달라가 아닌,
그저 실수 않고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발휘하게 해달라거나 수능을 잘 봐 불법을 널리펴는 이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 었는지는 한번 곱씹어 볼일이다.

불자로서 자신있게 과감히 말하건데 이제 그만 부처님 귀를 따갑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3이었던 수 많은 이들과 현재의 고3들 그리고 앞으로의 고3들은
원인 없는 결과를 바라는 비 지성적인 행위를 견지하며 지성인이 되겠답시고
대학입시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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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만큼 거둔다. 물론 여러 변수에 따라 더 거둘 수도 덜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저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던 우리 조상네들처럼
자신의 최선을 다 해야 할 순간과 과정을 미신으로 허비하고 최고의 결과를 원하는 것은
최고도 최선도 그렇다고 차선도 아닌 최악의 선택임을 알았으면 한다.




- 2004년 8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