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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수해3 - 복구작업

-선 대민지원, 후 자체복구-

국방부 장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피해지역의 전 군부대들은 수해를 입은 자신들의 주둔지는 뒤로한채 삽을 메고 열외 병력없이 싸그리 부대를 나섰다.
행정병도, 전투병도, 특공대원도, PX병도, 의무병도 모두 부대를 나섰다.

나 역시 나섰다. 우리부대는 속초시 영랑동과 조양동쪽에서 복구작업을 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피해를 입은 우리 부대는 여기저기서 한두개씩 보내준 공병부대들의 중장비들이 치우고 있었다.

지금도 속초시의 재해대책용 힌색 마대자루를 잊을 수 없다.
거기에 모래를 가득채우면 40Kg쯤 되는데 그걸 어깨에 짊어지고 옮긴다. 유실된 길에는 임시도로를, 끊어진 도로에는 임시 제방을, 논둑이 무너져 침수된 농경지에는 새둑을, 담이 무너진 곳에는 새담을 쌓았다.
하루종일 마대를 옮기고 나서 부대로 돌아와 자리에 누우면 허리가 끊어질 듯 하여 제대로 잠이 오질 않았다. 종종 왼쪽 어깨죽지부근에 근육들이 다 경직이 되어 숨을 크게 쉬는것은 물론, 재채기 한번 하는것도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수해복구 작업은 전쟁이었다.

하지만 눈물 가득한 수해민분들이 우리 옆에 와서 같이 일을 하고 아주머니들이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에 그 전쟁에 있어 후퇴는 있을 수 없었다.
오직 전진만이 있었다. 그것도 돌격으로.

지금은 복구작업이 끝났지만 2002년의 9월을 난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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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을 수 없다.
수해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주머님이 남의 아들들 고생한다며 수해 복구 작업을하는 우리 병사들 손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글썽이시던 것을.

그래서 난 대한의 전투복을 입고 있는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 2002년 10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