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우리에게 양날의 잘 벼려진 검입니다.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대표기업이고 지구촌 굴지의 회사들과 어깨를 겨루는 우리 국민의 자랑인 동시에 온 국민이 애통함에 몸부림 치는 시기를 이용, 유야무야 이재용 전무의 기업 승계를 합법화한 후안무치의 기업이기도 합니다. 국민을 막대한 힘과 자본, 권력 아래 무릎 꿇리고 대한민국을 ‘삼성공화국’의 오명 아래로 편성시킨 기업입니다.' -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의 불매운동 2호 알림글 中
1) 에필로그
대학 입학식 바로 다음날, 친일청산의 메카인 민족문제연구소에서 3.1절 행사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 다음 주말에는 온라인 보수단체 큰나라겨레사랑과 보수주의 학생연대의 모임을 드나들던 공대 00학번의 그 새내기는 꿈 많은 소년이었다.
'세상에 빛이 되겠다.'는 애매모호한 꿈을 꾸던 새내기는 6년이 지나자, 고지식 할 정도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좌우명인 '올바르게 살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이는 단과대학 학생회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총학생회장이 되었다. 물론 그때에도 일반 학생들은 그 소년을 운동권 학생회장으로 보는데도, 정작 운동권에서는 정치적 중도나 비주류로 보던 꿈은 많으나 다소 박쥐같은 존재였다.
그래도 소년은 '기본과 원칙'을 외치고, 기계공학과 산업공학을 복수전공한 골수 공돌이답게 시스템화를 좋아하며, 학생회를 '운영'이 아닌 '경영'을 하며 그렇게 임기를 마쳐나아갔다.
자본주의를 사랑하고 즐기면서도, 반 자본주의적이라며 한미 FTA를 반대하고, 조중동 쓰레기를 되뇌이면서도 중앙일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정기구독하던 소년은, 2008년 2월 삼성그룹 대졸공채 48기로 대기업 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2) 삼성 ≠ 이건희
인재제일과 최고지향을 외치는 삼성에서의 1년 반만에 소년은, 누가시켜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만족할때까지, 성에 찰때까지 일을 하는 워크홀릭이 되어버렸다. 처음 1년간은 별로 하는 것도 없이 이렇게 월급을 받아도 되겠냐던 그 소년이 어느 순간부터 뿌듯해하던 어느날, 다른 대기업을 다니던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너는 이건희 왕국에서, 일하고 싶냐? 그것도 그렇게 열심히?'
순간 아무런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이런 인식을 다른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젊은 세대들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내가 우리 팀장님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듯, 내가 하는 일 자체와 고객들을 사랑하여 그 일을 통해 따라오는 월급봉투를 보며 웃고 있던 내게, 대기업들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불충족에 있어서 공범으로 전락된 것에 대해 그저 큰 충격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4년전 대학시절 학교 토론게시판에 '이건희가 죽어야 삼성이 산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삼성=이건희'가 아닌 인재와 기술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시대의 패러다임을 앞서갈 때 대한민국에서 제2의 삼성, 제3의 삼성들이 생겨날 수 있으니, 우리의 오래된 패러다임을 개선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였던 바 있다.
그러나 좋은 의미이자 일부 본문과 관련하여 반어법이기도 한 제목선정이었음에도 그 제목만으로도 삼성에 입사예정이거나 재직하던 대학 동문들로부터 수 많은 반격의 댓글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하여, 자신과 상위집단을 완전히 동일시 하는 (일부) 현대인들의 사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지난 해에 이르러 또 다른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한국타이어가 R&D 연구원들까지 유해환경에서 여러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자, 소비자들은 곧바로 한국타이어 불매운동에 뛰어든 바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노동자들을 부당한 회사조치에 동조하는 공범이라거나, 친 이명박 성향이라는 낙인은 그 누구도 찍지 않았던 바가 있다.
사회의 부조리를 낳기에 공격해야 하는 타겟인 회사측과 불매운동의 근본목적으로 그 부조리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희생된 노동자들을 분리하여 바라볼 정도로 우리사회의 의식이 성숙하고 변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불매운동은 하되, 회사와 노동자들을 분리하여 보고, 회사자체를 망하게 하는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부당함 자체를 널리알려 바로잡으려는 선진적 시민운동이 태동되고 있다는 것을 한국타이어 불매운동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3) 삼성 ≠ 대한민국
더 이상 대한민국은 삼성같은 대기업들로만 먹고 살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삼성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임직원 숫자는 27만명에 불과하고, 국내 근로자 대다수는 대기업에 속해있지 않다. 굳이 종속관계를 따지자면 대기업에 종사하지 않는 절대다수의 국민이라는 소비자에 대기업이 속해있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은 대기업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는 한편, 국민들은 대기업을 향한 무조건적인 호의적 시선을 거두고 올바른 경영원칙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삼성이 아무리, 국내소비시장에 얽매이지 않는 글로벌 기업이라 할 지라도, 27만 삼성 임직원의 절대다수와 그룹의 기반이 한국에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경영원칙은 한국사회에서 올바르게 잘 지켜져야 할 것이다.
특히 1-4.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며 중립을 유지한다. 는 이번 삼성그룹 불매운동의 단초인 삼성의 조중동 편향광고 주장 앞에서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된다.
경제학이라는 말은, 정치경제학 다음에 태동된 말이라고 할 정도로,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은 개별 정치색을 가진 언론들 가운데 특정한 곳에만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충분히 내외부의 지적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4) 삼성 = 소비자
세계최강 삼성으로서 전 세계 인류와 모든 (예비) 소비자들에게 공헌하기 위해서 삼성은 가족경영의 장점인 '신속과 과감한 결단'을 최대한 살려서 진정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도요타, 미탈, 베네통, 월마트, 푸조, 카길, 보쉬 등 가족경영 기업들이 좁은 자국내에서 특정 정치적 입장과 연관되지 않고서도 세계최고가 되었듯이 삼성도 그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나 한국사회를 바라보며 '기업은 이류요, 정부는 삼류요, 정치는 사류'라고 정확한 지적을 한 당당한 기업이 바로 삼성이기에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삼성은 새 인재상인 열린마음, 열린머리, 열린행동으로 진정한 탈정치, 진정한 소비자 사랑으로 고객만족을 달성하기 위해서, 입맛에 맞는 고객들에게만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초일류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보수언론들만을 향한 그룹 광고의 집중은 분명히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삼성이 대한민국만의 기업이 아닌 세계의 삼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 소비자들은 최고삼성을 통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지, 특정 정치적 입장의 삼성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12일 14:18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