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대표가 난색을 표하다가도 결국 나름대로 통 크게 제안한 원내대표 추대안.
친절해보이던 제안이 불친절하게 일언지하에 거부되며 한나라 당에서 이제 불만은 불안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근혜씨의 친절함과 명박씨의 불친절함에 대하여 주목을 할 만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희태 대표가 어렵다는 뜻을 계속 내비치다가도 결국 인심 한 번 크게 쓴다며 씨익 웃으면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카드를 대대적으로 내밀었던 친이계. 친절한 명박씨, 포용하는 지도자 이미지의 명박씨이기를 꿈꾸었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근혜씨가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를 비롯 정국운영의 행보를 돌아보면, '친절한 근혜씨, 불친절한 명박씨' 혹은 '불친절한 명박씨'의 공식이 성립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지난해 2008년 8월 15일 광복경축사를 돌아보자. 당시 친절하려했던 명박씨는 '러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대륙횡단철도' 를 언급한 바 있다. 남북협력과 경제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친절하게도 계획을 밝힌 것인데 '나름대로의 그 친절'을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와 미사일발사로 예기치못한(?) 화답을 한 바 있다.
<8·15경축사>李대통령 경축사 내용과 의미는 뉴시스 | 입력 2008.08.15
◇ 한반도 비전 '유라시아-태평양시대'= 이 대통령은 또 남북한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가 바닷길, 땅길, 하늘길로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관문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대륙횡단철도를 적극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광복 경축사가 나간 이후 정계는 물론 많은 시민들이 의아해 한 바가 있다.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부정하다시피 하는 현 정권이 북한과 어떤 사전 교감이 있었기에 북한영토를 관통하는 철도계획을 내놓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물론, 북한과는 어떠한 접촉이나 교감이 없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자신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니, 절대 선이니 상대방의 입장이 어떠하였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너무도 순진하게 믿었던 것이다.
이것은 수입산 식용폐기물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부터 이미 모두가 짐작을 한 바가 있다. 대선때 한나라당과 연대를 하다시피 했던 한국노총 마저도 점점 정부와 괴리감을 얻어 등을 돌리고, 지난 2월엔 대기업 금고문을 무조건 열어 유동성을 풀라는 엄포와 압박 이후 대기업과의 관계도 소원해져가는 것에서는 그 짐작이 확신으로 변하게 된다.
촛불집회는 선량한 시민들이 아닌 반정부세력과 빨갱이 조직들이 한 것이라고 치부하였고, 복수노조를 통한 한나라당의 노동계 점령의 첨병인 한국노총과의 갈등이나 현 정권의 747을 이루어줄 유일한 보루이자 우군이던 대기업과의 갈등은 이명박 정부의 큰 뜻을 위한 불가피한 일시적 마찰이라고 위안을 삼아 온 바가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바로 내부에서의 잡음인 이번 박근혜 의원의 “원칙 어겨가며 원내대표 선출 반대” 에서 그 위안은 이제 불편이나 불만을 넘은 불안으로 번져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민과도 등지고, 노동계를 넘어 대기업들과도 소원해져가는 마당에 왜 친절한 명박씨의 제안을 한 집안인 근혜씨까지도 거부한 것일까?
<김무성, 원내대표 합의추대되나> (서울=연합뉴스) 2009/05/06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6일 조찬회동을 갖고 친박(친 박근혜) 성향의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기로 사실상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제된 박근혜 의원
그렇다. 위 기사처럼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근혜씨는 배제가 된 것이다. 그것도 원칙을 거스르는 것만이 아닌 중차대한 사안의 결정권한에 대해서 말이다. 더군다나 불친절한 근혜씨와 관한 아래와 같은 보도가 나오면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에 관한 문제의 본질을 친절하게도 우회적으로 언급해준 바 있다.
박근혜 "촛불집회, 반미와 무관. 한국정부 때문" 2009-05-07
(전략) 자신의 대북특사 발탁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방문하고 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중략) 북쪽에서도 (중략)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지나 의향이 서로 서로 있을 때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누가 가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략)
예견된 좌절
왜 이런 친절함에도 친이계와 현정권은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대책을 세우기는 커녕, '너무한다.', '갈라서자' 같은 사태파악을 못한 대응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소통이 없고, 전문성이 없고, 이로 인해 다른 사안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마스터플랜은 결여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과 다른 것은 틀리다며 사탄으로 치부하며 자신들만을 절대선으로 여기던 친이계와 현 정권이 스스로를 옭아매던 모순의 결정체가 김무성 원내대표 합의추대의 좌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난 연말부터 외국 언론들이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보도하면, 그때부터라도 충분한 근거자료를 제공해주고 소통하려하기보다, 정부차원의 대응과 반박기고를 싣곤하였다. 한국의 보수나 진보의 정치논리나 이권에 얽매이지 않고 제 3자의 입장에서 공신력을 가진 언론기관들에게도 직접적인 대응을 해 온 현 정권을 보면 이런 좌절은 합의추대 불발 사건에서 끝나지 않고 이제 권력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게 한다.
Divide & Conquer.
노무현에게 패배했던 한나라당의 패인이자, 정동영을 비롯 다른 정당들에게 승리했던 한나라당의 승리요인이기도한 전략이다. 시작부터 스스로 자초하여 문을 걸어닫고 Divide를 감행하면서 Conquer를 꿈꿔왔던 현 정권. Conquer를 꿈꾸다가 Conquered 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김상곤 교육감과 4.29 재보선에서 얻었던 '패배의 사슬'을 끊을 수 없을 것이다.
2009년 5월 10일 13:129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