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노동절에 대구 지방법원 부근에서 진행된 엔지니어들의 토론.
PowerNgine은 '평범한' 샐러리맨의 신분인 공학자로서 우리 미래를 '비범하게' 발전시키는 30대 연구원 4명과 대담을 나누어보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산업공학 박사연구원, 건설 엔지니어, 항공기계분야 연구원이 모였다. 그들이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본 현 정권의 리더쉽과 향후 전망은 어떠할까.
하 기자 : 안녕하십니까? 휴일이신데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모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 익명을 요구하셨지만 그래도 먼저 간략하나마 각자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로그래머 : 안녕하세요? 저는 금융권에서 전산개발과 운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산업공학자 : 반가워요. 저는 대학원에서 기술경영 가운데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한 기업사례들을 연구한답니다.
건설공학자 : 휴일에 모두 수고하십니다. 건설회사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계공학자 : 사설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통신체계에 관한 설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매각에 반대한다는 보도가 바로 어제 나간바 있습니다. 정보통신부의 해체, 과학기술부의 통폐합 그리고 국책연구소들의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최근 정부 시책들을 보면 여기 모이신 분들의 심경이 다소 착잡할 듯 합니다.
기계공학자 :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과, 국가의 기간산업을 축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작은정부와 효율성이라는 구호에 빠져 MB리더쉽이 스스로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좌파정권이라는 노무현 정부도 국가안보를 위해 철회 하였던 제2 롯데월드 사업을 보수정부가 국가안보를 무시하면서까지 허가한 아이러니를 봐도 이런 자가당착을 알 수가 있지요.
하 기자 : 그래도 제 2 롯데월드를 지금 착공하면,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완공 후에는 한국과 아시아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산업공학자 : 숫자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데이터들만으로 올바른 정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상되는 발생효과는 근거되는 사항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큰 차이들이 나기 때문이지요.
50년 후에 서울에 60 층 이하의 건물은 모두 강제철거하고, 신축 건물은 최소 200층 이상으로만 한다는 규정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겠지요.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요즘 제 2 롯데월드 신축 이슈는 참 우습게 보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지금은 2009년이라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제 2롯데월드는 지금은 불허나 유보로 대기하라는 행정명령이 나가는 것이 지당할 것입니다. 이념과 이상만이 아닌 상황에 맞게,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일단 실적 그 자체를 위해 무언가를 벌여 놓으면 그것이 모두 긍정의 효과들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절대 가져서는 안 될 태도라고 봅니다.
하 기자 : 항공기계 연구원님이 비유로 언급하신 제 2롯데월드에서 MB 리더쉽의 전개양상을 볼 수가 있었네요.
그럼 또다른 최근 이슈들을 놓고 말씀들을 청하고자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외에 최근 가장 중요했던 보도는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와 28조 4천억원 수퍼 추경안이 통과된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아울러 수주에 난항을 겪는 조선업종에는 무려 9조 5천억원이나 지원을 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민영화 방침 보도와 같은 시점에 말이죠.
건설공학자 :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박희태 체제로 MB정책을 강행하려는 것을 예상했었는데 정말 그런 보도가 나오니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이동관 대변인을 비롯 예전 강만수 장관의 예상보다 긴 재직기간 등 이명박 대통령은 사람을 쓰는데 있어 지나칠 정도로 꾸준함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책의 지속성으로도 이어지고 있지요.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책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보면 상황이 변하거나 예전에 몰랐던 것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도 그대로 강행한다는 것은, 자신이 신이거나 메시아가 아니고선 해서는 안 될 일이겠지요.
제가 담당하는 건설 엔지니어링에서도 작은 단지하나를 개발하는데에도 수 없이 많은 설계변경과 발주처를 비롯 시공담당자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견을 반영하여 하고 있답니다. 심지어 공사를 시작하고도 필요에 따라 여러번 설계변경을 하곤 하지요.
그런데 작은 단지도 아닌 국가를 경영하는데에 그런 기본적인 수고도 하지 않으려는 그 자신감은 오만인 것인지 무능력의 표상인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최소한 이것은 작은 단지개발에도 맞지 않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남북간 소통부재, 여야 간 소통부재, 당-청 소통부재, 촛불집회처럼 시민과 정부의 소통부재 등에서 제대로 설계된 국정 운영 청사진이 나오기나 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이 됩니다.
<사진 :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인도 석유화학단지>
프로그래머 :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하기로는 제 업무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저희는 고객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와 자산운용을 할 수 있는 웹상에서의 보안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제가 만든 보안 프로그래밍 로직과 제 상사가 제안한 방식을 가지고 크게 갑론을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신입사원 환영회 때 술에 취한 젊은 친구가 제게 묻더군요. 인턴때부터 보아왔는데 자기가 정식발령을 받아올때까지 제가 상사와 그렇게 싸우고 있는데 로직이 결정되는 순간 누구 한 명 나가시는게 아니냐구요. 저와 제 상사는 마주보고 크게 웃었답니다.
결론은, 둘 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로직은 저와 상사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최근 외국 학술지에 발표된 것들을 참고하여 만드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그러나 저희 팀장님은 상사와 저의 로직 모두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적절한 시기에 시스템의 결점 그 자체를 잘 인지하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지요. 저와 제 상사도 각자 주장했던 것이고 언급했던 것이라고, 개인적인 입장에서 직장내 지위와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전의 자기 주장을 고집하지도 않았답니다.
이처럼 방법론 그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의 편의와 보안을 위해서라면 어떤 로직이건 툴이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또 때가 되면 버릴 준비도 되어있다는 것이지요.
하 기자 : 프로그래머님의 말씀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무한경쟁 시대에 어떤 구호나 색깔에 얽매이지 말고 궁극의 목표 자체에 대한 방향을 잃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군요.
산업공학자 : 컴퓨터 공학에서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과 절차지향 프로그래밍의 2가지 방식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MB 리더쉽은 20세기에나 유효한 절차지향 프로그래밍에 너무얽매여 있는 것이 아닐까요?
건설공학자 : 객체지향과 절차지향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시겠어요?
프로그래머 : 절차지향은 중앙에서 계획을 모두짜고 전체를 일일이 통제하는 것이라면, 객체지향은 실제로 시스템의 가장 하부에서 작동할 객체들마다 각개전투를 하게 끔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객체지향에도 공통의 지침과 규정을 가지는 중앙 명령어와 코드들은 존재한답니다.
기계공학자 : 제 생각으로는, 정치나 경제 정책은 철저히 객체지향으로 운영해서 세계경제 흐름을 헤쳐가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맞춤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빈곤층 보호를 비롯하여 국방이나 국가기간산업이나 국책연구사업은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통한 충분한 지원을 하는 절차지향식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공학자 : 현 정권들어서 같은 정책을 놓고도 정부 부처간에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채 언론에 시간 차를 두고 발표하여 시장과 사회의 혼란을 가져온 적들이 여러 번 있습니다. 정부는 절차지향으로 국가를 재편하려고 하는데 정작 자신들 직속 기관들 안에서조차도 비전과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반증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 기자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요. 오늘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이 첫 만남이었는데요. 제2롯데월드나 국가연구소 운영 같은 최근 이슈를 통하여 엔지니어들의 입장에서 본 MB 리더쉽의 한계를 잘 볼 수 있었었습니다. 성과를 내느냐 못내느냐의 문제에 앞서서 기본적인 선택과 정책추진이 잘 못 되었다는 데에 모두 생각을 같이하고 계신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통섭과 융합을 통하여 몇 개의 거대한 톱니바퀴와 그에 연결된 수 많은 톱니바퀴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정운영인데, 구호와 이념에만 얽매인 정책집행이 소통마저 부재된 채, 밀어 붙여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 각계 전문가분들이 지적을 해주신 듯 합니다.
다음에 모실 때는, 개별 정책을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군요. 모두 황금연휴 잘 보내시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업공학자 : 개인적으론 다음에는 서울에서 뵈었으면 좋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위 대담은 PowerNgine에서 초빙한 가상의 인물들로 구성하여 이뤄진 것입니다.
2009년 5월 2일 01:15 입력 <CopyRight ⓒ PowerNgine 하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