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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분실

어제 아니 자정 지났으니 그저께인 11월 17일에 기계공학과 중간고사가 끝났다.
끝나고 보니 TOEIC 10일전이고 기말고사 20일전이더구만.

이제 이런 일정들도 공대 3학년 정도 되다보니 그러려니 하는 단계도 지났다.
그냥 시험은 생활이고 숙제나 과제는 여가로 여기고 그러려니 하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경지에서 지내고 있다.

아주 가끔 40-50일에 한번 꼴로 아무것도 할일이 없는 경우가 있다.
물론 몇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땐 참 어색하고 신기한 것이 결국엔 나도 모르게 책상에 앉아 버리고 만다.

같은 과에 애인있는 녀석들 보면 참 신기하다.
능력도 좋지. 어떻게 두 가지 일을 다 잘 소화를 하다니...

수요일이 시험이었지만 주말에 집에 내려가서 안동에서 공부했었다.
좀 지쳤기에 집중이 덜 되더라도 집에 가서 포근하게 공부했다.



근데 집에 내려가다가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렸다.
다음날 오후에 뒤늦게 알았는데 결국 지갑은 찾지 못했다.

신기한건 지갑안에 몇장의 현금과 수표가 들어 있었고 각종 현금카드에 포인트 카드등 여러 카드와 도장까지 한번에 모두 잃어 버렸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신기했다. 워낙 물건을 잘 챙기고 꼼꼼한 성격의 나였기에... 내가 뭘 잃어버렸다고 하니 우리 가족들도 신기해하긴 마찬가지였다.




뭐 암튼 시험이 끝나고 틈틈이 이 은행 저 은행 다니며 재발급 신청했다.
오히려 좋더구만. 더 예쁜 디자인의 통장들과 현금카드~ 산뜻했다.
초등학교때 산 (정말이다 --;) 그 가짜 가죽으로 된 시커먼 장 지갑도 이제 안 쓰고
아버지가 주신 삐에르까르땡 접는 갈색 가죽 지갑으로 바꿔 버렸다. 우헤헤~

복수전공하는 학교 생활하느라 다른 일엔 그다지 눈길도 안주고 신경쓸 입장도 안 되었는데
재발급 신청하러 다니느라 오히려 학교 안팎 여기저기를 산책도 하게 되고
'은행원분들이 이렇게 예쁘고 친절했던가...' '한낮 수원 영통 풍경은 이러했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것 같아 지갑을 분실한 것이 뭐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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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분실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일상에 찌들려 나를 분실하지나 않을까

그것이 우려될 따름이다.






- 2004년 11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