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문속의 창

무릎 - 국가가 너한테 해준게 뭔데? ; 광복절을 맞아

광복절이다.

어제 한 모임에 갔더니 난 민족은 사랑할지언정 이 대한민국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분을 보았다.
대관절 내 세금으로 무얼 하는거냐는 말은 꼭 월급생활자들에게서만 듣는 것이 아니긴 하다.


초여름이었다.

공대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친구들과 군대이야기가 나왔다.

난 아무생각없이 군 생활을 하며 기갑병과에서 전차 승하차때는 물론 일일정비 및 주간정비 때 바빠서 하두 그 높은 데서 뛰어 내려 무릎이 많이 상했다는 말을 했다. 물론 그건 상병 때 무릎이 아파서 며칠을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서야 사다리를 이용했던 나의 잘못이었다.

내 말이 끝나자 한 친구가 내 피부가 군대에 다녀와 많이 상했다며 -사실이다- 국가가 대현이 너한테 해준게 뭐냐며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냐며 '혼자서' 벌컥 화를 내는 것이었다.

한 마디 해주려다가 말았다.

국가는 나에게 아주 많은 것을 해주었다. 그것들은 시스템이라 부를 수 있다.

우선 정상적인 가계, 기업, 정부라는 시스템을 제공하여 그 틀 속에서 나를 얽어 매는 동시에 나의 삶을 보장해주었다.

광복을 맞기 위하여 꽃같은 목숨을 던진 우리 선조들이 나에게 주신 큰 선물은 난 그저 누리기만 하는 큰 복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즉 외국을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국가는 나에게 수많은 당연한 것들을 마치 당연한 듯 제공해 주었다.

또 며칠전 자위대를 군대로 법제화 해버린 일본과 재래식 무기를 조금이라도 더 소모하려는 미국과 21세기에도 땅따먹기의 야욕을 인민 개개인으로나마 내 비치는 중국과 세계적으로도 알 수 없는 북한 사이에서 나를 지켜준 백기사는 대한민국이었다.

그리고 난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국가에 아무것도 해준것이 없는 나를 불러주어 조금이나마 내가 나의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 민족을 위해 조금이나마 좋은 일을 하는데 과감히 나를 써주었다.

그것도 부족하여 지금은 우수한 인적자원이 풍부한 대한민국에서 공대를 다니게 해주었다.

광복절을 맞아 국가가 나한테 해준것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내가 국가에 해준것이 뭐냐는 질문은 너무나도 상반되어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고맙기 그지없다.




--------------------------------------
지금같은 세계의 패러다임 속에서
개인에 대한 국가의 필요성에 대한 반문은
육체에 대한 공기의 필요성에 대한 반문과 같다.




- 2004년 8월 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