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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성탄

오늘은 성탄절, 성인이 태어난 명절이다.

크리스마스를 말하냐고? 아니다...


성인이신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이다.


국악이 음악이 아닌 국악이고, 양악이 양악이 아닌 음악이라 불리는 것처럼...

우리 언어관이 묻어 있는 한 흔적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누구는 기복 신앙으로, 누구는 철학으로, 누구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누구는 명상 수행으로, 누구는 미신으로 믿는다.


비로자나 부처님을 시작으로 미륵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수 많은 부처님들이 하나의 불법 안에 계시면서
궁극에는 부처라는 '관념'까지도 버리라는 그 말에
젊음의 호기에 찬 반항 한번 제대로 못해본채 그만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절대자를 어떻게 믿고 어떻게 추종하고 어떻게 이단을 처치하고 미워하라는 것이 아닌

어떻게 살고 또 그래야 이 세상이 어떻게 밝아질 수 있는지를 절대자의 입장에서 설 해주신
수많은 부처님을 비롯 삼보의 승단에 대례를 갖춰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다툼과 미움, 시름과 절망으로 어두워진 이 미망의 사바세계에
투영되고 투영을 한 내 마음을 바라보노라면 부끄럽고 슬프기 짝이 없다.


원죄를 묻지 않고 성선설에 바탕을 둔 불교이지만,
굳이 전생이나 태어났다는 사실만을 들먹이지 않더라고

이번 생애에 내가 어지럽혀 놓은것을 떠올릴때
부처님 가운데 한분이라도 떠오르면
얼른 머리를 조아리기 보단
차라리 그냥 그 상상속의 마음의 눈까지 질끈 감아버려
용서를 구하긴 커녕 내가 행한 대 죄들을 피하고자
차라리 애써 외면해도 부족할만한 막대한 내 죄이기에
종국에는 적나라하게 대면하곤 한다.

숨바꼭질에서 자신의 눈을 가리는 것은 술래로 부터 가려지는 것이 아닌
자신으로 부터 자신 스스로만을 가리는 우매한 짓이기에...




지구에는 더 이상의 밝은 가르침이 필요치 않다.

다만 상황을 인식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어
인류 역사와 더불어 수천년간 전해 온 인류 고대의 아름다운 말씀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 뜻들을 진리로 알고 행하는 것이 필요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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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십시오. 성불=成佛

부처를 따르지 말고 부처가 되십시오...




- 2004년 5월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