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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의 창

낙심

낙심은 착한 사람한테만 오는 것이라는 문구를 접하였다.

불교에 삼법인이라는 말이 있다.
세가지 법의 도장. 예전에 도장은 옥쇄처럼 권력과 명령, 절대적인 것을 상징하였다.
그래서 삼법인은 세가지 절대적인 법(dharma), 진리를 뜻한다.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 이다.

제행이 무상한 줄을 분명히 알아야 부처가 되겠다는 무상발심을 할 수 있고
무상발심을 하여 제법이 무아한 도리를 체득하여야
열반에 이르러 부처가 된다.

...는 말이다.

반야심경에 공인것도 없고 공 아닌 것도 없고... 의 구절은 세상에 어떤 것인 것도 없고 어떤 것이 아닌 것도 없다는 그야말로 무의 경지를 완벽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인류가 남긴 최고의 문장이다.

주제로 돌아가서 낙심을 말해보자.
낙심이라면 기대했던 것이 안되었다는 뜻?
일이 잘 못 되거나 안되면 그냥 그런가보다하면서 입가에 미소조차도 지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심한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안달이나고 조바심이 나고 갈망하는 어찌보면 인간의 부족한 면들이 인류문명의 발전 근원이 아닌가 싶은데 이런 것들을 터부시 할 필요가 있을까?

없다. 아니 조금은 있다.

수학 문제를 열심히 푸는 학생이 있다.
안 풀릴 듯 하다가 딱 풀렸을때 그 성취감과 희열. 그건 좋다.
하지만 안 풀렸다고 해서 옆에 지나가던 동생을 때린다. 이건 나쁘다.

그 차이다.

무심으로 돌아가서 아무런 감정도 없이 백치처럼 살라는게 아니라
열정과 도전은 하되 집착하지 않는
마치 정복한 나라를 버리고 돌아서는 왕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며
옷에 묻은 먼지를 짜증내지 않고 툴툴 털어내고서
다시 저 넓은 평원을 말 달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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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심이 나쁘다면 기대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집착이 나쁜 것이다.


- 2004년 3월 7일 -